총선에서 승리한 영국 보수당이 제3당인 자유민주당과 연립정부 구성 논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절대다수당이 존재하지 않는 '헝 의회'(Hung Parliament) 상황이 나타나자 파운드화가 하락하는 등 영국 금융시장은 불안한 모습을 보여왔다.

9일 AFP통신에 따르면 데이비드 캐머런 보수당 당수는 이날 닉 클레그 자민당 당수와 만나 연정에 대해 논의했다. 두 당수는 8일에 이어 이틀째 만난 자리에서 연정을 향한 적극성을 보였으며,클레그 당수는 그동안 자민당이 핵심 과제로 내세웠던 선거제도 개혁에서 양보할 수 있다는 암시를 준 것으로 전해졌다. 자민당은 비례대표제를 원하는 반면,우파인 보수당은 이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연립정부 구성에 변수가 되어왔다.

이날 보수당과 자민당의 협상팀 역시 5시간 이상 논의를 지속했다. 윌리엄 헤이그 보수당 협상팀 의원은 "양당은 핵심 정책들에 관해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논의를 진행했다"며 "합의 내용이 어떻든 간에 경제적 안정과 재정적자 감축이 핵심이라는 것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한편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여론조사 기관들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영국인 상당수가 선거제도 개혁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나 자민당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날 여론조사 기관 유거브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권자의 62%가 비례대표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이번 선거에서 보수당에 패배한 노동당의 고든 브라운 현 영국 총리 역시 같은 날 일부 고위 의원 및 클레그 자민당 당수와 논의를 가졌다. 그러나 보수당과 자민당의 연정 논의가 구체화됨에 따라 브라운 총리는 곧 사임을 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