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서니 김(25 · 나이키골프),레티프 구센(남아공),스티브 스트리커,프레드 커플스(이상 미국).

부상 탓에 미국PGA투어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 불참한 선수들이다.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은 총상금이 950만달러(우승상금 약 19억원)로 세계 골프대회 가운데 가장 많기 때문에 이 선수들의 아쉬움은 더 컸을 법하다.

앤서니 김은 왼손 엄지 부상으로 대회에 불참했다. 셸휴스턴오픈(우승),마스터스골프토너먼트(3위),퀘일할로챔피언십(7위) 등 최근 열린 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둔 그는 대회 주최 측이 당연히 모셔야 할 '귀빈'이었다. 앤서니 김은 그러나 대회 전 부상 부위가 악화됐고,결국 수술을 하면서 '제5의 메이저대회'에 나가지 못하게 됐다.

세계랭킹 3위 스트리커는 오른 어깨 통증이 심해져 불참하기로 결정했다. 취리히클래식을 앞두고 발생한 통증 때문에 대회에 결장한 뒤 관절 부위의 염증 진단이 내려져 다시 휴식을 취하게 된 것.구센은 발가락 부상 때문에 퀘일할로챔피언십에 이어 플레이어스챔피언십에도 참가하지 못했다. 시니어와 정규투어에 동시에 나가는 커플스도 고질병인 등 부상으로 출전을 포기했다.

선수들은 부상 등의 이유로 대회 참가가 힘들어지면 주최 측에 불참의사를 통보한다. 대개 대회 전에 출전 여부를 결정하지만,대회 도중 부상이 재발하거나 컨디션이 극히 좋지 않을 경우 포기하기도 한다. 타이거 우즈(미국)가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최종일 전반에 경기를 포기한 것이 그 예다.

특히 대회가 임박해 발생하는 '스타급 선수'의 불참은 대회 흥행과 직결되므로 주최 측이 가장 신경 쓰는 문제이기도 하다.

올해 마스터스 챔피언 필 미켈슨(미국)은 퀘일할로챔피언십 프로암대회 때 5번홀을 마친 뒤 탈수증세 등을 호소하며 잔여 라운드를 포기했다. 주최 측이 긴장한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미켈슨은 그러나 아픈 몸을 이끌고 본 대회에 출전했고,2위로 선전해 박수를 받았다.

미국LPGA투어 프로 폴라 크리머(미국)는 지난 2월 혼다 PTT LPGA타일랜드 1라운드 때 기권했다. 왼손 엄지 부상이 도졌기 때문이다. 박세리(33)는 로레나 오초아(멕시코)의 은퇴 무대인 트레스 마리아스챔피언십 첫날 11오버파 84타를 기록한 뒤 기권해버렸다.

국내 정규 투어에서는 올 들어 대회에 불참한 선수가 없다. KLPGA투어에서는 티오프 시간이 발표된 뒤 특별한 사유 없이 기권하면 벌금 10만원을 부과한다. 물론 그에 앞서 불참이나 기권 사유를 밝히면 불이익이 없다. KLPGA투어 관계자는 "프로들은 대회에 불참하면 상금을 못 받는 등 일차적으로 자신에게 불이익이 돌아오므로 늘 컨디션 조절에 신경을 쓴다"고 말했다.

선수들은 몸이 생명이다. 경기가 있든 없든 거의 매일 체력훈련과 스트레칭을 하는 것은 부상을 막고 컨디션을 최고조로 유지하기 위함이다. 특히 톱랭커들의 부상은 파장이 크다. '골프 황제' 우즈의 부상과 그에 따른 기권이 걱정되는 이유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