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질 때마다 배후로 지목받아 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소로스펀드매니지먼트,SAC캐피털 어드바이저스,그린라이트캐피털 등 유명한 헤지펀드들이 지난 2월 뉴욕 맨해튼에서 '아이디어 만찬(idea dinner)'이라 불리는 은밀한 비밀 회동을 갖고 유로화 가치 폭락 및 그리스 국가 부도에 베팅하자고 서로 부추겼다는 내용의 보도를 했다. 이 자리에서는 유로화 가치가 달러당 0.7유로에서 1유로까지 떨어질 것이란 말들이 오갔다고 한다.

전 세계 헤지펀드의 운용 자산 규모는 현재 약 1조6700억달러(약 1850조원)로 추산되고 있다. '헤지(hedge)'는 위험을 회피 · 분산한다는 의미지만 실제로는 파생상품을 활용한 투기적 거래를 주로 한다. 소수의 거액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받아 운영하며 금융파생상품 · 주식 · 채권 · 외환 등 돈이 되는 금융상품이면 가리지 않고 공격적인 투자를 한다.

헤지펀드의 위력을 가장 잘 보여준 사건은 1992년 영국 파운드화 가치 폭락 사태였다. '헤지펀드의 대부'로 불리는 조지 소로스와 영국 중앙은행의 한판 대결로 압축된 이 사건은 소로스가 10억달러를 환시장에 투입해 영국 파운드화를 팔고 독일 마르크화를 대거 사들인 것에서 시작됐다. 영국 중앙은행은 수백억달러의 돈을 풀어 파운드화 가치 하락 저지에 나섰으나 끝내 백기를 들고 말았다.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때도 헤지펀드들은 아시아 통화를 팔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의 통화 가치 급락을 유발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유럽위기' 더 알고 싶으시면
hankyung.com/europe_crisi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