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전략이 없었고,나를 비롯한 임직원들의 마음가짐이나 자세도 문제였다. "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뼈저린 자기 반성을 했다. 7일 서울 필동 CJ인재원에서 400여명의 임직원을 모아놓고 개최한 '2010 CJ 온리원 컨퍼런스'에서다. 이 회장은 "지난 몇 년간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거뒀다"며 치열한 자기 혁신을 통한 '제2의 도약'을 주문했다. 삼성생명 상장으로 1조원이 넘는 현금을 거머쥐는 시점에서 이 회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뼈저린 반성

이 회장은 이날 "선대회장 탄생 100주년을 맞은 올해 제2의 도약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고(故) 이병철 전 삼성그룹 명예회장의 장손이다. 이 회장이 자성과 함께 '제2의 도약'을 강조한 것은 최근 그룹 성장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3년 전 CJ그룹은 2013년까지 매출 38조원,영업이익 4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러나 올해 예상 실적은 매출 16조원,영업이익 1조원에 불과하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남은 3년간 매출은 2배 이상,영업이익은 4배가량 늘려야 한다.

이 회장은 "2005년까지 적극적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했지만 2006년부터 성장세가 둔화됐다"며 "이 부분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이런 침체된 흐름에서 탈피하지 못하면 도태되고 만다" 며 "진정한 1등으로 가려면 아직도 멀었다"고 강조했다.

그가 뼈저린 반성을 요구하는 이유는 또 있다. CJ그룹은 1993년 삼성그룹에서 분리된 뒤 식품 위주의 사업구조를 바꾸려고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투자하고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그러나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진 못했다. 최근엔 국내 주력 사업부문의 성장세도 약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2001년 19위였던 재계 서열은 올해 23위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3년 뒤인 2013년 CJ제일제당은 창립 60주년을 맞는다.

◆1조원의 현금…어딜 향할까

이 회장은 자기반성과 함께 담대한 목표를 세웠다. 그는 "2020년까지 매출 100조원,영업이익 10조원을 달성하고,해외 매출 비중이 70%선을 넘는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식품 △바이오 △엔터테인먼트&미디어 △신유통 등 4개 사업군 중 바이오와 신유통을 세계 1위로 만들어 2013년 매출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바이오의 경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라이신,핵산 사업 투자를 확대해 세계 그린바이오 분야 1위인 일본 아지노모토를 따라잡을 계획이다. 기존의 발효기술을 활용해 첨가물과 기능성 식품 등을 만들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또 신유통의 핵심인 홈쇼핑 사업은 인도,베트남 등으로 해외 투자를 늘린다. 중국 합작법인인 동방CJ홈쇼핑은 올해 취급액 7000억원을 목표로 하는 등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최근 CJ그룹이 인수 · 합병(M&A)에 적극적인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 회장은 이날 "2020년까지 현재 사업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되 해외로 시장을 넓히고 규모를 키워나가겠다"며 "국내외 M&A를 능동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언급했다.

CJ의 M&A 계획은 넉넉한 자금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삼성생명 주식 960만주(지분율 4.8%)를 가진 CJ제일제당은 조만간 삼성생명 상장에 따른 구주매출(500만주)에 참여해 5500억원을 확보하게 된다. 2008년 CJ투자증권을 현대중공업에 팔면서 받은 6600억원도 고스란히 갖고 있다.

김현석/김철수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