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7일 "중국이 우리와 만나기 전에 먼저 북한과 만나는 것이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서 북한 지도부의 방문을 며칠 미룬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한나라당 지도부와 청와대에서 가진 조찬 회동에서 "북한이 올 들어 여러차례 중국 방문을 요청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방중) 일정이 만들어졌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와 함께 "천안함사태에 대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조사 결과가 나오면 지난번 한 · 중 정상회담 때 약속했던 대로 중국 측에 통보하고 협의하게 될 것"이라며 "그러면 중국 정부도 납득하고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가 전 세계 국가 가운데 먼저 상하이엑스포를 방문하고 중국과의 정상회담이 이뤄진 데 대해 중국 정부가 고마워하는 입장이었다"고 설명했다.

한 · 중 정상회담 사흘 뒤 김 위원장의 방중이 이뤄진 데다 중국이 관련 사실을 우리 정부에 통보하지 않아 외교적 마찰이 빚어졌다는 지적에 대해 이 대통령이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이다. 천안함 침몰에 북한이 개입됐을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향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등 논의 과정에서 중국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일단 조짐은 좋다. 중국이 이날 류우익 주중 한국대사와 임성남 정무공사 등을 불러 북 · 중 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했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다른 나라를 제쳐두고 우리 정부에 가장 먼저 알려왔다는 것에 상당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중국이 우리를 소홀히 하고 있지 않다는 증거라는 얘기다.

그렇지만 김 위원장의 방중과 관련한 우리 정부의 대중국 외교에 문제점이 적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천안함사태와 김 위원장의 방중이라는 복잡한 상황을 풀기 위해 보다 세련된 외교 전략이 필요한데 외교안보라인 간 손발이 맞지 않으면서 불필요한 이상기류를 자초했다는 것이다. 지난 3일 장씬선 주한 중국대사를 '초치(불러들인다는 외교적 용어)'하는 과정에서 현인택 통일부 장관이 공개적으로 '중국의 책임 있는 행동'을 요구하면서 상황이 꼬였다. 김 위원장의 방중을 놓고 뒤통수를 맞았다는 식의 해석과 대응은 무리가 있었다는 것이다.

수교 18년째인 대중 외교라인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중국 고위층과의 인맥 구축이나 중국의 정책에 대한 이해도,대중 정보 등에서 시급하게 개선하고 보강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 · 중 관계가 이전보다 나아졌으나 여전히 실무급들의 인적 교류가 부족하다"며 "주중 대사 한명만 바라보는 식의 대중 접촉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밝혔다.

홍영식/장성호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