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공장은 GM 최고의 '아이디어 뱅크'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제안 채택 250건 …80개 공장중 1위
글로벌 GM에 즉각 생산 기술 전수
불량률 낮추려 日업체 공정도 고쳐
글로벌 GM에 즉각 생산 기술 전수
불량률 낮추려 日업체 공정도 고쳐
GM회의 참석차 연초 상하이를 방문했던 마이크 아카몬 GM대우자동차 사장은 갑자기 기착지를 인천공항 대신 김해공항으로 변경했다. 경남 창원공장에서 생산 중인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의 품질을 직접 점검하기 위해서였다.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아카몬 사장이 지난해 10월 취임 후 처음 내놓은 글로벌 전략 모델이다. 아카몬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선 "지금의 품질 수준을 용납할 수 없다"며 "끝까지 개선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도요타 리콜사태가 자동차업계를 강타한 이후 전사적 품질개선에 나서고 있는 GM대우 창원공장을 찾았다.
◆일본 협력사 공정까지 바꿔
황우성 창원 공장장은 "사소한 불량이 생겼을 때 하청업체에 항의 서한 한 장 보내고 개선을 요구하던 관행을 올 들어 완전히 뜯어고쳤다"며 "조그만 불량이 회사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판단 아래 품질관리 시스템을 전면 개편했다"고 말했다.
올초 마티즈 액화석유가스(LPG) 모델을 시험하는 과정에서 결함이 발견됐을 때가 대표적인 사례다. 실험차 중 한 대의 수입산 기화 장치에서 순간 가속이 저하됐던 것.GM대우는 품질관리팀을 일본 '닛키'란 부품 협력사에 급파했다. 이례적으로 현지에서 3주간 머물며 닛키의 생산공정과 검사 방식까지 바꿔버렸다.
벌써 세 차례에 걸쳐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자발적 리콜에 나선 것도 과거와 달라진 사례다. GM대우는 와이퍼 구동 결함과 문짝 손잡이 파손,에어백 오작동 가능성을 발견한 직후 전체 차량을 회수해 수리했다. 실패 사례 위주로 전 임직원 품질 교육을 실시하는 한편 차체 생산라인에서 각 공정을 이중 체크하도록 의무화했다.
◆80여개 GM공장에 기술 전수
창원공장 생산직들은 그동안 '록 패널'이란 부품 구멍에 전선을 연결할 때마다 허리를 구부려 그 위치를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 허리 통증을 호소했고 불량 발생의 원인이 됐다. 직원 중 한 명이 작업대 밑에 거울을 설치하면 허리를 펴고 일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를 냈다. 창원공장은 이를 GM 본사에 보고했고,그룹 산하 80여 개 공장이 즉각 이 아이디어를 채택했다.
차량에 브레이크액을 잘못 주입하던 관행도 사라졌다. 직원 제안으로 바코드 인식기를 설치해 각 차 사양에 맞는 브레이크액을 자동 통지하기 때문이다. 안동수 직장(생산감독직)은 "그 뒤로 월 평균 72건씩 발생하던 브레이크액 주입 사고가 사라졌다"며 "현장 직원들이 최근 들어 하루에 10~30분씩 열고 있는 공정개선 회의가 큰 힘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3600여 명이 근무하는 창원공장은 GM그룹 산하 공장 중 '공정개선 제안활동' 부문에서 1위다. 지금까지 총 250건의 개선안이 채택돼 군산공장(242건),독일 오펠 보쿰공장(241건) 등을 따돌리고 있다. 황 공장장은 "마티즈 다마스 라보 등 수익성이 낮은 경차로 이익을 내야 하는 구조여서 생산성 향상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8월부터 생산 확대 착수
GM대우는 오는 8월부터 창원공장의 생산시설을 확대하는 공사에 들어간다. 올 1분기 가동률이 96% 수준이었는데,2분기엔 107%(잔업 · 특근 포함)로 한계점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에 대한 해외 주문량은 이미 월간 최대 생산량(2만대)을 초과한 2만7000여대에 달하고 있다. 증설을 통해 시간당 생산량을 현재의 36대에서 40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김영수 GM대우 차장은 "품질과 안전성 면에서 호평을 받으면서 전 세계 주문이 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창원=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