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인터뷰] 신용상담사 강윤선씨…"족쇄같은 빚독촉서 웃음찾아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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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신용 컨설팅
대부분 3천만원 이하 채무자들, 개인 워크아웃으로 살 길 마련
대부분 3천만원 이하 채무자들, 개인 워크아웃으로 살 길 마련
지난 4일 오전 서울 명동 센트럴빌딩에 있는 신용회복위원회(신복위) 명동지부.3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굳은 표정으로 사무실에 들어선다. 입구에 있던 안내 직원이 건네준 서류뭉치를 받아 든 그는 빈 상담 부스에 가서 앉는다. 그리고 서류에 이름,주소,주민등록번호,재산내역 등을 차례로 적기 시작한다. 잠시 후 한 직원이 그와 마주 앉았다. 상담이 시작됐다.
정보기술(IT) 네트워크 계통의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그는 아버지의 병원비 등으로 은행,카드사,대부업체 등에서 빌린 1900만원을 갚지 못해 지난해 초 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가 됐다. 월수입 150만원으로는 빚 갚기는커녕 세 식구 생활비에도 모자랐다. 빚 독촉에 시달리다 못해 법원에 개인회생 신청도 해봤다. 그러나 아직 60세가 안 된 어머니가 부양가족으로 인정되지 않아 기각당했다. 법무사 수수료 150만원만 날렸고,빚은 2500만원으로 불어났다.
상담 결과 그는 개인 워크아웃 대상자로 판정됐다. 이에 따라 그가 갚아야 할 원리금은 1300만원으로 줄었다. 이 금액은 8년에 걸쳐 나눠 낼 수 있지만 그는 월 30만원씩 43개월 만에 모두 갚겠다고 했다. 더 이상 빚 독촉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그의 표정이 환해졌다. 상담을 마친 이 직원은 온화한 인상의 강윤선 명동지부장(48).16년간 은행원으로 일하다 2002년 신복위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 상담을 마친 강 지부장을 만났다.
▼신용상담사라는 직업이 생소합니다.
"아직 신용상담사란 직업이 완전히 뿌리 내린 것은 아닙니다. 각 금융회사들에 소속돼 개인이나 기업 신용을 평가하는 신용분석사와는 또다른 개념입니다. 신복위의 신용상담사는 주로 개인 신용에 대해 객관적인 진단을 내리고,보다 나은 경제 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해줍니다. 현재 능률협회 등 민간기관에서 신용상담사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신복위에서도 올 하반기에 신용상담사 자격증 제도를 신설해 운영할 계획입니다. "
▼은행원 출신이라면서요.
"1982년 강경상고를 졸업한 뒤 지금은 하나은행으로 통합된 충청은행에 들어갔어요. 1998년 외환위기로 은행이 없어지면서 20년 가까이 다녔던 직장에서 자동으로 퇴출당했죠.당시 초등학교 1,2학년이었던 두 아이들을 어떻게 먹여 살리나 막막했습니다. 다행히 자산관리공사(KAMCO)가 설립되면서 비정규직이나마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지만 당시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이후 2002년 카드대란이 터진 뒤 개인 신용 회복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신복위에 참여하게 됐죠.벌써 8년이 지났네요. "
신복위는 이름 때문에 국가기관인 것처럼 보이지만 2002년 10월 '금융기관 간 신용회복지원 협약'에 따라 과중채무자의 경제적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 출범한 비영리 사단법인(민간기관)이다. 현재 개인 신용관리에 대한 상담 및 교육,생활자금 대여 등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개인적인 경험이 상담에 많은 도움이 되겠네요.
"물론입니다. 저 역시 시골(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어려운 형편에서 자랐기 때문에 상담하러 오는 분들의 고통을 잘 이해하는 편이죠.이곳을 찾는 분들이 대부분 2000만~3000만원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서민들입니다. 가급적 그분들 입장에서 도와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눈물을 뚝뚝 흘리는 분도 많고,나중에 고맙다며 감사의 선물을 보내기도 하죠.규정상 선물은 받을 수 없어 모두 돌려보내고 있지만요. "
▼상담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빚으로 인해 가정 파탄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상담을 통해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애를 쓰고 있습니다. 한번은 어떤 부인이 1000만원의 카드빚을 갚지 못해 상담을 신청했는데 남편이 나중에 찾아왔어요. 남편은 그동안 아내의 빚에 대해 까맣게 몰랐던 거죠.부부싸움 끝에 아내는 고3 아들을 놔둔 채 가출했다더군요. 다행히 채무 조정이 잘 이뤄져 월 10만원씩 갚을 경우 몇 년 안에 빚을 청산할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남편을 설득하기 시작했죠.몇 년이면 사라질 빚과 아들의 미래를 바꾸겠느냐,부인을 용서하고 가정을 지키시라고요. 며칠 뒤 다시 찾아온 남편이 '결국 내 잘못이더라.아내가 돌아와서 다시 가정의 평화를 찾았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가셨죠."
▼개인 워크아웃 대상자가 되면 빚이 얼마나 줄어듭니까.
"개인워크 아웃을 신청하려면 금융회사 채무가 5억원(원리금 기준) 이하라야 하고,3개월 이상 연체자로 등록돼 있어야 합니다. 일단 이 요건을 충족하면 신용상담사와 인터뷰를 통해 최종 결정이 이뤄져요. 워크아웃이 시작되면 기본적으로 원금에 대한 이자와 연체이자는 전액 감면됩니다. 만약 금융회사에서 해당 채권에 대해 이미 대손 처리를 한 경우라면 원금도 채무조정을 통해 50%까지 탕감받을 수 있어요. 이 금액을 본인 사정에 맞춰 최대 8년간 나눠 갚으면 됩니다. "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겠네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70대 노부부가 상담을 하러 온 적이 있었어요. 처음엔 자녀의 채무 문제로 오신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2000만원의 빚은 모두 본인들 채무였어요. 지인에게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해 급한 대로 카드를 쓴 게 화근이었죠.국민연금 외에는 다른 소득이 없어서 폐지 수거를 하며 근근이 생계를 유지했는데 탕감 후 남은 빚 1000만원을 매달 20만원씩 갚겠다고 해서 깜짝 놀랐죠.'내가 빌린 돈은 내가 다 갚고 죽어야지…'라며 자녀들과 자신들에게 떳떳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신복위에는 기본적으로 빚을 갚으려는 의지가 있는 분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이에 비해 소득이 얼마가 됐든 5년간 필수 생계비를 제외한 금액을 내고 나면 빚을 청산해주는 법원의 개인회생 제도가 가진 도덕적 해이의 심각성이 더 커요. "
▼신용을 잘 관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자신의 소득 범위 내에서 계획적으로 소비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또 주거래은행을 정해 예금,결제,대출 등의 업무를 집중시키는 편이 유리해요. 공과금이나 신문 대금 등은 자동이체를 신청해서 혹시라도 기일을 빠뜨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고요. 가계부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첩 같은 데 주요 거래내역을 기록해 두고 나중에 불필요한 지출은 없었는지 확인하는 것도 신용을 높이기 위한 좋은 습관입니다. "
▼앞으로의 목표는 뭔가요.
"신복위는 최근 채무불이행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신용등급과 재무습관 등을 체크해 '신용진단서'를 무료로 발급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마치 병원에서 정기 건강진단을 받듯 자신의 신용 상태를 점검하고 개선할 수 있는 서비스죠.하지만 현재 200여명의 직원들이 모두 고객들의 재무상태를 종합적으로 컨설팅할 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직원 교육과 훈련을 강화해 서비스 수준과 고객 만족도를 높여야죠."
이호기 /신경훈 기자 hglee@hankyung.com
정보기술(IT) 네트워크 계통의 영업사원으로 일하는 그는 아버지의 병원비 등으로 은행,카드사,대부업체 등에서 빌린 1900만원을 갚지 못해 지난해 초 채무불이행자(신용불량자)가 됐다. 월수입 150만원으로는 빚 갚기는커녕 세 식구 생활비에도 모자랐다. 빚 독촉에 시달리다 못해 법원에 개인회생 신청도 해봤다. 그러나 아직 60세가 안 된 어머니가 부양가족으로 인정되지 않아 기각당했다. 법무사 수수료 150만원만 날렸고,빚은 2500만원으로 불어났다.
상담 결과 그는 개인 워크아웃 대상자로 판정됐다. 이에 따라 그가 갚아야 할 원리금은 1300만원으로 줄었다. 이 금액은 8년에 걸쳐 나눠 낼 수 있지만 그는 월 30만원씩 43개월 만에 모두 갚겠다고 했다. 더 이상 빚 독촉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말에 그의 표정이 환해졌다. 상담을 마친 이 직원은 온화한 인상의 강윤선 명동지부장(48).16년간 은행원으로 일하다 2002년 신복위 창립 멤버로 합류했다. 상담을 마친 강 지부장을 만났다.
▼신용상담사라는 직업이 생소합니다.
"아직 신용상담사란 직업이 완전히 뿌리 내린 것은 아닙니다. 각 금융회사들에 소속돼 개인이나 기업 신용을 평가하는 신용분석사와는 또다른 개념입니다. 신복위의 신용상담사는 주로 개인 신용에 대해 객관적인 진단을 내리고,보다 나은 경제 활동을 영위할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해줍니다. 현재 능률협회 등 민간기관에서 신용상담사 교육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데,신복위에서도 올 하반기에 신용상담사 자격증 제도를 신설해 운영할 계획입니다. "
▼은행원 출신이라면서요.
"1982년 강경상고를 졸업한 뒤 지금은 하나은행으로 통합된 충청은행에 들어갔어요. 1998년 외환위기로 은행이 없어지면서 20년 가까이 다녔던 직장에서 자동으로 퇴출당했죠.당시 초등학교 1,2학년이었던 두 아이들을 어떻게 먹여 살리나 막막했습니다. 다행히 자산관리공사(KAMCO)가 설립되면서 비정규직이나마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지만 당시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죠.이후 2002년 카드대란이 터진 뒤 개인 신용 회복을 돕기 위해 만들어진 신복위에 참여하게 됐죠.벌써 8년이 지났네요. "
신복위는 이름 때문에 국가기관인 것처럼 보이지만 2002년 10월 '금융기관 간 신용회복지원 협약'에 따라 과중채무자의 경제적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 출범한 비영리 사단법인(민간기관)이다. 현재 개인 신용관리에 대한 상담 및 교육,생활자금 대여 등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개인적인 경험이 상담에 많은 도움이 되겠네요.
"물론입니다. 저 역시 시골(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어려운 형편에서 자랐기 때문에 상담하러 오는 분들의 고통을 잘 이해하는 편이죠.이곳을 찾는 분들이 대부분 2000만~3000만원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가 된 서민들입니다. 가급적 그분들 입장에서 도와주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상담을 하다보면 눈물을 뚝뚝 흘리는 분도 많고,나중에 고맙다며 감사의 선물을 보내기도 하죠.규정상 선물은 받을 수 없어 모두 돌려보내고 있지만요. "
▼상담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빚으로 인해 가정 파탄을 겪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상담을 통해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애를 쓰고 있습니다. 한번은 어떤 부인이 1000만원의 카드빚을 갚지 못해 상담을 신청했는데 남편이 나중에 찾아왔어요. 남편은 그동안 아내의 빚에 대해 까맣게 몰랐던 거죠.부부싸움 끝에 아내는 고3 아들을 놔둔 채 가출했다더군요. 다행히 채무 조정이 잘 이뤄져 월 10만원씩 갚을 경우 몇 년 안에 빚을 청산할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남편을 설득하기 시작했죠.몇 년이면 사라질 빚과 아들의 미래를 바꾸겠느냐,부인을 용서하고 가정을 지키시라고요. 며칠 뒤 다시 찾아온 남편이 '결국 내 잘못이더라.아내가 돌아와서 다시 가정의 평화를 찾았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가셨죠."
▼개인 워크아웃 대상자가 되면 빚이 얼마나 줄어듭니까.
"개인워크 아웃을 신청하려면 금융회사 채무가 5억원(원리금 기준) 이하라야 하고,3개월 이상 연체자로 등록돼 있어야 합니다. 일단 이 요건을 충족하면 신용상담사와 인터뷰를 통해 최종 결정이 이뤄져요. 워크아웃이 시작되면 기본적으로 원금에 대한 이자와 연체이자는 전액 감면됩니다. 만약 금융회사에서 해당 채권에 대해 이미 대손 처리를 한 경우라면 원금도 채무조정을 통해 50%까지 탕감받을 수 있어요. 이 금액을 본인 사정에 맞춰 최대 8년간 나눠 갚으면 됩니다. "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겠네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70대 노부부가 상담을 하러 온 적이 있었어요. 처음엔 자녀의 채무 문제로 오신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2000만원의 빚은 모두 본인들 채무였어요. 지인에게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해 급한 대로 카드를 쓴 게 화근이었죠.국민연금 외에는 다른 소득이 없어서 폐지 수거를 하며 근근이 생계를 유지했는데 탕감 후 남은 빚 1000만원을 매달 20만원씩 갚겠다고 해서 깜짝 놀랐죠.'내가 빌린 돈은 내가 다 갚고 죽어야지…'라며 자녀들과 자신들에게 떳떳하고 싶다고 하시더라고요. 신복위에는 기본적으로 빚을 갚으려는 의지가 있는 분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이에 비해 소득이 얼마가 됐든 5년간 필수 생계비를 제외한 금액을 내고 나면 빚을 청산해주는 법원의 개인회생 제도가 가진 도덕적 해이의 심각성이 더 커요. "
▼신용을 잘 관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자신의 소득 범위 내에서 계획적으로 소비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또 주거래은행을 정해 예금,결제,대출 등의 업무를 집중시키는 편이 유리해요. 공과금이나 신문 대금 등은 자동이체를 신청해서 혹시라도 기일을 빠뜨리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고요. 가계부까지는 아니더라도 수첩 같은 데 주요 거래내역을 기록해 두고 나중에 불필요한 지출은 없었는지 확인하는 것도 신용을 높이기 위한 좋은 습관입니다. "
▼앞으로의 목표는 뭔가요.
"신복위는 최근 채무불이행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신용등급과 재무습관 등을 체크해 '신용진단서'를 무료로 발급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어요. 마치 병원에서 정기 건강진단을 받듯 자신의 신용 상태를 점검하고 개선할 수 있는 서비스죠.하지만 현재 200여명의 직원들이 모두 고객들의 재무상태를 종합적으로 컨설팅할 만한 역량을 갖추고 있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직원 교육과 훈련을 강화해 서비스 수준과 고객 만족도를 높여야죠."
이호기 /신경훈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