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간암이 악성으로 빠르게 진행되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유전체의학연구센터의 염영일 박사팀은 6일 암 억제작용을 하는 항암성 생리활성물질(사이토카인:세포의 성장 이동 분화 사멸 등 촉진)인 TGFβ의 신호전달체계가 간암 환자에게는 오히려 암을 촉진하게 되는 작용 원리를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결과는 세계 저명 학술지인 소화기학(Gastroenterology) 5월호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TGFβ가 정상세포에서는 세포증식유전자 'c-Myc'의 작용을 억제함으로써 암 억제기능을 발휘하지만 간암에 걸렸을 경우 c-Myc를 억제하는 기능이 마비돼 오히려 암 전이를 촉진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정상세포에서는 TGFβ가 독특한 모양의 분자스위치를 가동해 TTP(tristetraprolin)라는 암억제 유전자를 발현시키고 이것이 c-Myc를 공격하여 분해하도록 한다. 그러나 간암 세포에서는 이 스위치가 마비돼 암 억제 기능에 저항성을 갖게 되며 결과적으로 TGFβ의 신호전달 기능이 '암 억제 모드'에서 '암 촉진 모드'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그동안 암세포에서 TGFβ 신호전달체계가 이상이 생겨 세포증식 억제기능이 선택적으로 소실돼 암의 악성 진행을 촉진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메커니즘이 명쾌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암환자 사망의 결정적 요인인 암 전이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TGFβ 신호의 기능을 정상화시킴으로써 암의 악성 진행을 조기에 차단하는 치료제 개발에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