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능요원제 연장 등 종합지원대책 윤곽
2020년 뿌리산업 생산규모 72조로 확대목표

지식경제부가 6일 발표한 `뿌리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은 제조업의 근간이지만 기피업종으로 통하는 기초공정산업을 육성해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기반을 튼튼히 하는 것이 골자다.

이번 대책은 산업구조 고도화와 인력확충, 자금지원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한 종합 판으로, 3D(Dirty, Difficult, Dangerous)로 인식돼온 뿌리산업을 새로운 3D(Digital, Decent, Dynamic) 업종으로 `업그레이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경부는 이를 통해 오는 2013년까지 현재 연간 28조원 수준인 뿌리산업의 생산규모를 45조원까지 늘리고, 기술혁신 기업 1천500개를 육성할 방침이다.

◇뿌리산업 육성대책 왜 나왔나 = 뿌리산업은 주조, 금형, 용접 등을 통해 소재를 부품으로, 부품을 완제품으로 생산하는 기초 공정산업을 의미한다.

스위스의 손목시계와 쌍둥이 칼, 독일의 벤츠 등 이른바 `명품' 제품은 탄탄한 뿌리산업의 뒷받침 없이는 탄생하기 어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제조업 경쟁력의 근간을 형성하고 있다.

`품질의 도요타'가 잇단 리콜로 최대 위기에 봉착한 원인도 결국 일본 뿌리산업의 위기에서 찾을 정도로 그 중요성은 절대적이다.

실제 자동차 산업의 경우 차량 1대 생산시 주조.금형.용접.소성가공.표면처리.열처리 등 6대 뿌리산업의 관련비중이 부품수 기준 90%, 무게 기준으로 86%에 달한다.

그럼에도, 단기간 내 기술 습득이 곤란하다는 뿌리산업 특성상 선진국의 마지막 기술 프리미엄 영역으로 인식돼 상대적으로 국내 산업은 취약한 상황이다.

지경부에 따르면 2008년 기준 우리나라 6대 뿌리산업의 총 생산액은 28조6천억원, 수출은 93억 달러를 기록했다.

전체 1만 개 뿌리기업 가운데 95.8%가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중소기업형 산업이다.

특히 최근에는 사양산업으로 인식되며 40대 이상 근로자가 전체 종사자의 53%를 차지할 정도의 고령화가 진행되고, 기술인력이 부족해 2006년부터 한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정체상태에 빠진 게 사실이다.

기술경쟁력도 일본에 비해 열위여서 단조 분야의 경우 1인당 생산성이 일본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고 기술혁신을 선도하는 기업은 전체 뿌리기업의 8%에 불과하다.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뒤떨어진 뿌리산업을 강화하지 않고는 제조업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지켜내기가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이번 종합대책이 나온 배경이다.

◇어떤 내용 담았나.

.`산업구조 선진화-기술역량 강화' = 이번 대책은 무엇보다 뿌리산업이 자리 잡을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일차적인 초점을 맞췄다.

기존 뿌리산업의 집적지를 고도화하고, 안산 시화공단과 인천 남동공단 등 2개 지역에 아파트형 공장을 설립해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로 했다.

또 2011년에는 전북 김제 지평선 산업단지에 융합형 뿌리산업 단지를 시범 조성해 금형과 주조, 열처리 분야 등의 업체를 동반 입주시켜 공정 효율을 배가할 방침이다.

2013년까지 1천 개 기업에 IT(정보기술) 융합 제어시스템을 보급해 제품 불량률을 개선하는 등 제조 공정과 IT의 융합도 추진한다.

노령화된 뿌리산업에 젊은 인력을 공급하기 위해 현재 600명 수준인 뿌리산업 관련 마이스터고 학생을 2012년까지 1천명 수준으로 늘리고 분야별 전문 아카데미를 만들어 전문 기술인력을 양성할 계획이다.

당장 내년부터 충남 폴리텍 대학에 용접 전문 아카데미를 개설해 시범 운영한다.

또 뿌리기업을 포함한 중소기업의 인력난을 덜어주기 위해 2012년 폐지 예정인 산업기능 요원제도를 한시적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뿌리기업 취업을 희망하는 새터민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뿌리산업 분야의 `명장' 선정 요건을 완화하고 예우 수준을 높여 전문인력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는 한편, 2대 이상 가업을 승계한 `뿌리산업 명가'를 선정할 계획이다.

뿌리산업 분야의 장기 근속자에게는 주택을 우선 공급하고, 이들을 위한 공동 복지시설과 보육시설 등 후생복지 체계도 대폭 개선한다.

한.일 공동 `뿌리산업 엑스포'를 개최하는 등 이미지 개선에도 나설 방침이다.

이와 함께 영세 뿌리기업에는 대출 보증을 확대하고, 중소기업기술혁신촉진법을 개정해 뿌리산업을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근본적인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해 생산기술연구원에 뿌리기업 전용 오픈랩과 뿌리산업 기술연구본부 등을 운영하고, 개발책임제를 도입해 뿌리기업들에 대한 밀착형 지원과 맞춤형 R&D(연구개발)를 강화하기로 했다.

지경부는 이들 대책이 제대로 시행되면 2020년까지 뿌리산업의 연간 생산규모가 72조원으로 커지고, 불량률은 2%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기대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경희 기자 kyung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