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부터 시행될 술 원료 원산지 표시제 때문에 주류업계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막걸리 전통주에 국산 쌀 사용을 장려하기 위해 국회에서 만든 법이 소주 맥주 양주에도 적용되면서 나타난 일이다.

술 원료 원산지 표시제가 시행되면 소주 맥주 막걸리 등 모든 술은 주된 원료가 생산된 국가 · 지역을 표시해야 하며，이를 어기면 3개월 범위 내에서 제조나 출고의 정지처분을 받게 된다. 막걸리 등 전통주의 경우 원료 중 국산 쌀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다.

문제는 다른 주류다. 소주는 쌀,보리,고구마 등을 증류해 알코올 95% 주정을 만든 뒤 물을 희석해 만든다. 이 때문에 곡물이 아닌 주정이 주된 원료가 되며,원산지 표기는 '주정(국내산 OO%,수입산 OO%)'으로 하게 된다. 주정 일부를 수입하기 때문이다.

맥주는 주된 재료인 '맥아(국내산 OO%,수입산 OO%)'의 비율을 표기하게 된다. 맥주업계 관계자는 "보리값과 경작 상황 등에 따라 투입하는 수입산과 국내산 맥아의 비율이 바뀌는 데 이럴 때마다 표기를 수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주류공업협회 관계자는 "술에 대해 원산지표시제를 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며 "한 해 단일 품목으로 수출액이 1억달러가 넘는 소주에 수입산 주정 비율을 적어 넣는다면 수출에도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전통주 민속주에 쓰이는 국내산 농산물 비율을 높이겠다는 게 당초 입법취지였으나 모든 주류에 원산지 표시제가 적용돼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