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기지 관련 파생상품의 부실 위험을 알면서 판매한 사기 혐의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제소당한 골드만삭스가 이번에는 공매도 규정을 어긴 혐의로 제재를 받게 됐다. 월가 금융사가 공매도 규정을 어겨 감독기관으로부터 제재를 받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5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SEC와 뉴욕증권거래소(NYSE) · 유로넥스트는 2008년 12월과 2009년 1월 골드만삭스의 자산 사업부문(골드만삭스 엑시큐션 클리어링)에 공매도 규정 위반 혐의로 45만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고객들이 공매도 거래를 하는 데 필요한 주식을 충분히 확보하지 않아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에서다.

감독당국은 골드만삭스가 고객들의 공매도 거래를 뒷받침할 수 있는 수백건의 거래를 지속해 고의적으로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직원들이 부정확한 정보를 입력해 고객의 공매도 거래에 필요한 주식을 적게 확보하거나 전혀 매수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매도란 투자자들이 빌린 주식을 매도한 뒤 주가가 떨어졌을 때 이를 되사들여 상환함으로써 차익을 챙기는 거래다. 2008년 9월 신용위기 발생을 전후해 헤지펀드들이 금융사 주식을 대규모로 공매도해 시장 불안을 야기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되자 감독당국이 주식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파는 공매도(Naked Short Selling) 규제에 나섰다. 당초 주식시장 안정을 위해 한시적으로 이 같은 거래를 규제하려 했으나 작년 7월 공매도 영구 금지제도가 도입됐다.

골드만삭스 측은 2008년 10월 공매도 규정이 바뀐 이후 업무 수행 과정의 오류일 뿐 고객들에게 피해를 끼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하루 300만건 이상의 주식 거래를 중개하는 골드만삭스가 규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나 가뜩이나 실추된 골드만의 명예는 더 떨어지게 됐다. 이번 조치가 골드만삭스의 사기 혐의 조사와 관련이 있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