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에 이어 건국대가 기업식 구조개혁에 돌입하는 등 대학가에 변화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주목해 볼 현상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대학 교육이 현실과 유리됐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고 보면 대학에서 시대 변화에 맞게 학문단위간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도하고, 단과대학간 벽을 허물어 학문간 융합을 추진하는 것은 빠를수록 좋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일각에서는 대학이 기업이냐는 비판도 하지만 최소한 대학이 지금처럼 해서는 안된다는 점에는 누구도 이견(異見)이 없을 것이다. 밖에서는 융합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는데 대학은 안에서 이리 쪼개고 저리 쪼개서 학문간 칸막이를 만들어내고, 한번 교수가 되면 철밥통처럼 버티는 낡은 시스템을 계속 고집한다면 글로벌 경쟁력은커녕 국내에서도 더 이상 생존하기 어려울 것은 너무도 뻔한 까닭이다.

실제로 대학에 대한 기업과 사회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다, 앞으로 대학에 입학할 수 있는 인구 자체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까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고 보면 대학은 보다 절박감을 느끼지 않으면 안된다. 발빠르게 변화에 앞장서고 있는 성균관대, 한동대 등이 급속히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것은 다른 대학들도 눈여겨 봐야 할 일이다.

우리는 사립대의 구조개혁도 중요하지만 국립대 개혁도 대단히 시급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해선 최근 총장선거를 끝낸 서울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새로운 총장은 무엇보다 서울대 법인화를 성공적으로 안착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법인화 자체가 대학 개혁의 전부는 아니지만 이를 계기로 서울대가 자율적 개혁의 기틀을 마련하고 모범을 보여준다면 다른 국립대로의 개혁 확산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부가 대학개혁을 주도하는데 한계가 있고, 또 자칫하면 천편일률적인 개혁이 될 위험도 있다. 대학 스스로 변화에 능동적으로 나서는 것이 바람직한 이유다. 그래야 대학간 차별화, 특성화, 다양화가 가능할 것이고, 일각에서 우려하는 순수학문의 위기 문제도 그런 방향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어쨌든 대학개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이 시대의 명제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