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은수씨(60)는 상속세를 줄이고 자녀들이 먹고 살 자금을 마련해주기 위해 재산 일부를 자녀들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사실 이 같은 결정에는 장애인인 둘째 아들에 대한 걱정이 상당 부분 작용했다. 어릴 적 교통사고를 당한 둘째 아들은 전씨가 죽고 나면 돌봐줄 사람이 마땅치 않다. 그가 부모 없이도 혼자 생활해 나갈 수 있도록 소득 기반을 미리부터 마련해주고 싶었다.

당초 전씨는 시중은행에 둘째 아들 명의로 10억원의 정기 예금에 가입,매달 이자를 받게 해주면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경우 증여세가 2억원이 넘는 등 세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현행 세법은 증여받는 자녀가 장애인일 경우 일정 요건을 충족할 때 증여세를 비과세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장애인인 자녀 명의로 일반 예금이 아닌 종신연금 보험에 가입한다면 자녀 생활자금 마련 및 세 부담 절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장애인 자녀를 피보험자 및 수익자로 하고,계약자를 부모로 해 종신연금 보험에 가입하면 된다. 보험 개시 후 자녀가 연 4000만원 이내로 보험금을 수령하는 금액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비과세한다.

따라서 자녀가 연간 4000만원 이내로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도록 설계한 종신연금 보험에 가입할 경우 장애인 자녀가 사망할 때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고도 안정적인 생활자금을 마련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보험금을 받는 사람이 장애인이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보험의 종류는 관계없다.

신탁을 활용해 증여하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부모 등 친족이 장애인에게 현금이나 부동산,유가증권(주식) 등 재산을 증여하고 증여세 신고기한 이내에 그 재산을 신탁업법에 의한 신탁회사에 맡긴 뒤 해당 신탁회사가 이 재산을 운용해 수익을 발생시키는 경우 그 수익이 장애인에게 지급된다면 해당 장애인의 생존기간 동안 5억원 한도로 증여세가 비과세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신탁기간이 장애인의 사망 시까지로 돼 있어야 하며 신탁기간이 장애인의 사망 전 만료되는 경우에는 계속 연장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를 통해 장애인인 자녀가 평생 동안 정기적으로 돈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되며 만약 자녀가 사망할 경우 잔여 재산은 자녀의 상속인이 물려받게 된다.

김치범 < 신한은행 세무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