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은 올해 시련과 기회를 동시에 맞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이 지난 1분기에 흑자 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현대엘리베이터는 국내 시장 점유율 43%로 확고부동한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대북 사업 주력 업체인 현대아산 문제만 풀린다면 현대그룹은 언제든 제2의 도약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북한 리스크는 이미 알려진 악재인 만큼 그룹 주가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상선은 올 1분기에 매출 1조7500억원을 달성했다. 작년 4분기 대비 11.8% 증가한 수치다. 영업이익도 116억원으로 1년 내내 적자에 시달렸던 지난해의 쓰라린 기억을 멀리 던져 버렸다. 다른 해운업체들이 여전히 적자의 수렁에서 빠져나오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상선의 도약은 의미 있다.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등 선종의 균형을 잘 맞춘 덕분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예컨대 한진해운의 경우 글로벌 물동량과 직결되는 컨테이너선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회복세가 느린 데 비해 현대상선은 주로 광물 자원을 실어나르는 벌크선 비중이 높아 중국발(發) 자원 수요 급증이란 호재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특히 지난달 영업이익은 사상 최고의 실적 연도인 2008년 월평균 영업이익 489억원을 상회할 것으로 현대상선은 전망하고 있다. 2분기 이후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세계 유수 해운선사의 경영 성적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모든 선사가 시황 악화로 적자를 기록해 세계 유수 선사들의 컨테이너 부문 영업이익률이 -13.5~-27.8%에 그칠 때 현대상선은 -11.5%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해 세계 1위 선사인 머스크(Maersk)의 -9.1% 다음으로 좋은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올 1분기 국내 승강기 시장 점유율을 역대 최고치인 43.1%로 끌어올렸다. 2007년 29.3%로 처음으로 국내 업계 1위에 올라선 이래 2008년 36.2%, 2009년 40.2%로 3년 연속 국내 시장을 평정하고 있는 셈이다. 올 1분기 실적도 이에 걸맞게 나올 전망이다. 현대엘리베이터 관계자는 "수주 증가에 따른 대량 생산 체제 구축과 원가절감 노력 등이 어우러져 높은 실적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