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부호(富豪)들이 '바이 제주(buy Jeju)'에 나서고 있다. 중국 정부가 강력한 부동산 투기 억제책을 내놓으면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제주도가 중국인들의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2일 제주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상하이 갑부 150명으로 이뤄진 중국 투자단이 지난달 30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제주를 방문,한림 재릉지구에 조성 중인 별장형 리조트 단지 라온프라이빗타운을 한꺼번에 58채 청약했다.

이는 정부가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을 개정,일정 금액 이상을 투자하고 국내 체류기간이 5년을 넘은 외국인에게 영주권 취득 자격을 주기로 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 제도를 지난 2월 제주특별자치도부터 우선 시행에 들어갔다.

상하이 갑부들이 사들인 리조트 규모는 58채로 총 306억900만원에 달한다. 계약한 대상은 292㎡짜리 단독형 리조트 3채,179㎡ 짜리 연립형 리조트 35채，120㎡ 짜리 20채 등이다. 179㎡ 연립형 리조트를 청약한 왕카이씨(38)는 "제주도는 아주 아름답다"며 "라온프라이빗타운 주변의 울창한 소나무 숲과 비양도，협재해수욕장，골프장이 마음에 들어 청약했다"고 말했다.

라온프라이빗타운 분양을 대행하는 중국 베이징의 부동산컨설팅회사 PNJ유한공사는 "최근 중국 정부가 투기성 주택 매입을 제한하는 정책을 잇따라 내놓은 이후 새로운 투자처로 제주도 등 해외 부동산 시장이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김현옥 제주시 부국공인 대표는 "중국인들의 라온리조트 대규모 매입 계약으로 제주지역 개발 호재에 대한 기대감이 다시 높아질 것"이라며 "제주지역에 대한 국내외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주도가 그동안 추진해온 해외 투자 유치도 이번 대규모 계약으로 큰 힘을 받을 전망이다.

제주도는 휴양 체류 시설에 50만달러 이상을 투자한 외국인에게 5년 동안 영주권을 가진 것과 동일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한 뒤，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실제 영주권을 부여하는 부동산 투자자 영주권 제도를 지난 2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