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사위원장 2년 동안 상충 법안 두 개가 나란히 해당 상임위를 통과해 올라오는 경우는 처음이다. "(유선호 의원)

국회에서 법안을 또 다른 법안으로 막는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타상임위에서 올린 법의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다른 상임위가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법을 급히 만들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기는 행태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해 충돌 법안이 올라올 경우 법사위가 두 법안 모두 심의하지 않는 맹점을 노린 일종의 '이법제법(以法制法)'이라는 지적과 함께 입법권 남용과 사전 조정기능 부재라는 비판도 나온다.

30일 현재 국회 법사위에는 한국은행법 개정안과 금융위원회설치법에 이어 청소년보호법과 게임산업진흥법 등 상충 법안이 복수로 올라와 있다. 기획재정위가 한은에 제한적 단독조사권을 부여하는 한은법을 상정하자 정무위는 이에 반대하는 금융위원회의 입장을 반영해 단독조사권을 거부하는 내용의 금융위설치법을 통과시켰다. 양측 간 감정 싸움 양상까지 보인 두 법안은 현재 법사위에서 오도가도 못하는 실정이다. 문제는 2008년 금융위기 발생 이후 중앙은행의 금융조사권 필요성을 고려해 기획재정위가 1년6개월 동안 논의한 끝에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법안에 대해 정무위가 불과 50여일 만에 반대 법안을 만들어 법사위로 넘겼다는 점이다.

온라인게임 규제를 둘러싼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 간 법안 싸움도 가관이다. 여성위가 온라인게임 중독 방지 차원에서 부모 요청시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어린이 청소년의 온라인게임 이용을 금하는 청소년보호법안을 지난 21일 통과시키자 문방위는 일주일 뒤 예방조치 의무화와 부모 요청시 게임 이용 내역 공개 등으로 규제를 완화한 법안을 법사위로 넘겨 맞대응했다. 법사위는 두 법안의 재조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심사를 보류한 상태다.

법사위 소속 조순형 의원(자유선진당)은 "사전에 부처 간 이런 충돌을 조정하라고 국무총리실이 있는 것 아니냐"며 정부의 조정기능 부재를 질타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