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소닉 소니 등 일본 가전사들이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중산층을 겨냥한 보급형 가격 제품인 '볼륨 존(Volume Zone) 상품' 개발에 집중할 계획이다. 선진국 시장에만 매달리다가 한국의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에 빼앗긴 신흥국 시장을 탈환하겠다는 의지다.

파나소닉은 한국 가전업체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신흥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가격을 최대 절반으로 낮춘 '반값 가전'을 본격적으로 내놓기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9일 보도했다.

이 회사는 2013년 3월까지 기존 제품보다 가격을 20~50% 낮춘 가전제품 20개 이상을 중국 인도 등 신흥국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불필요한 기능은 줄이는 대신 나라별로 현지에 맞게 필수 기능만 탑재한 가전제품을 싼 값에 공급한다는 게 파나소닉의 방침이다. 일종의 맞춤형 전략이다.

서남아시아와 남미 지역에선 현지 기후를 감안해 채소칸이 넓은 냉장고를 개발하는 한편 대기오염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있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선 이온 공기청정기를 내놓을 예정이다. 파나소닉은 다음 달 발표할 2012회계연도 사업 계획에서 현재 파나소닉 매출의 47%를 차지하고 있는 해외 매출을 55%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소니는 작년 말 32인치형이지만 가격은 4만엔(약 48만원)대로 낮은 중국 전용 LCD(액정표시장치) TV를 내놓았다. 후지필름은 아시아와 남미 등에서 100달러 이하의 콤팩트형 디지털 카메라를 발표했다. 소니 등은 현지 기업에 생산을 위탁하는 방식으로 비용을 낮춰 신흥국에서 수익을 올리는 사업모델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니혼게이자이는 "신흥국 시장에서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삼성전자 LG전자 등과 경쟁하기 위해 일본 가전사들이 신흥국형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인도 등 아시아에서 가구당 가처분소득이 5000~3만5000달러인 중산층은 2008년 9억명으로 일본 인구의 약 7배에 달했다.

도쿄=차병석 특파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