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유로존] 다시 불거진 'PIGS' 부도 공포…유로존 경기회복에 '먹구름'
국제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27일(현지시간) 그리스와 포르투갈,28일 스페인의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유럽 국가들의 재정위기가 '제2라운드'를 맞게 됐다. 그리스를 진원지로 하는 재정위기가 포르투갈,스페인 등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이날 "그리스를 포함해 유로존의 어떤 나라도 채무불이행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지만,시장의 불안감을 잠재우지는 못했다.

◆그리스 위기,유로존으로 확산되나

S&P가 그리스와 포르투갈,스페인의 국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것은 심각한 재정적자를 누적하고 있는 이들 국가의 부채 상환 가능성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S&P는 그리스의 부채규모가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124%,내년에는 131%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S&P는 그리스의 신용등급을 조정하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또는 채무조정에 이를 경우 그리스 국채 보유자들은 투자금액의 평균 30~50%를 회수하는 데 그칠 것"이라며 디폴트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국제 금융시장의 이목은 그리스 위기가 유로존 국가들의 연쇄 부도로 이어질 것인가에 쏠리고 있다. 그리스의 경제규모 자체는 유로존의 2%에 불과하지만,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아일랜드 등으로 위기가 전염되면 상황은 훨씬 더 심각해진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그리스의 재정위기는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며 "위기가 유럽은 물론 미국과 일본 등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의 국가 부채 문제는 심각한 상황이며 수년간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을 것"(랄프 샤이브 퍼스트소스 펀드매니저)이라는 경고까지 나온다.

유럽 국가들은 최근 금융위기와 경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재정지출을 크게 늘리면서 과도한 국가채무에 시달려 왔다. 유로존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이 지역의 평균 국가채무 비율은 2008년 GDP 대비 69.4%에서 2009년 78.9%로 급증했다. 유럽위원회는 올해 유로존 평균 국가채무 비율이 84%에 달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작년에도 그리스 아일랜드 영국 스페인 등 4개국은 재정적자 규모가 GDP 대비 10%를 넘었고,포르투갈(9.4%)과 프랑스(7.5%)도 재정적자 비중이 위험수위라는 경고를 받았다.

◆유럽 경기에 타격 불가피

전문가들은 재정위기 감염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카르스텐 브제스키 ING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포르투갈을 그리스와 같은 부류로 분류할 수 없다"며 "포르투갈의 부채조달 비용이 늘어나고 있지만 유동성 부족으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포르투갈 의 페르난도 산토스 재무장관은 이날 "우리는 그리스와 완전히 다르다"며 "S&P의 조치는 우리 경제에 대한 공격"이라고 반발했다.

GDP 대비 해외국채 발행잔액 비중이 그리스를 제외하면 대부분 국가가 낮다는 점도 재정위기 감염 가능성을 낮게 보는 근거로 인용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GDP 대비 해외 국채발행 잔액 비중은 그리스가 70%로 높은 편이지만 포르투갈 30%,아일랜드 26%,이탈리아 12%,스페인 10% 등에 그치고 있다.

정승재 미래에셋자산운용 연구원은 "재정악화에 따른 국가부도 리스크가 그리스와 비견될 만한 나라는 아직 없다"며 "CDS(신용부도스와프)도 그리스와 포르투갈을 제외하면 다른 유럽국가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그리스 포르투갈로 불거진 신용위기가 유럽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조세 비날 국제통화기금(IMF) 이사는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불거지면 다른 국가들의 재정확대 정책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유럽 경제가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독일 내 야당 일각에서 제기했던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은 현재 유로존 강제퇴출 규정이 없는 데다,유로존 전체의 안정과 미래에 직결돼 있는 문제인 만큼 실현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악셀 베버 분데스방크 총재는 "그리스의 유로존 퇴출은 공상 속에서나 가능한 옵션"이라고 일축했다.

김태완/김동욱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