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위기가 또다시 글로벌 금융시장에 충격파를 던졌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27일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정크본드 수준으로 낮추고 포르투갈의 신용등급도 두 단계 내리면서 한동안 잠잠하던 유로존 국가의 연쇄 부도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다.

그리스의 2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이날 하루에만 5%포인트 급등해 연 수익률이 18.71%를 기록했다. 2001년 유로존 가입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이 여파로 포르투갈 아일랜드 이탈리아 스페인 등 'PIGS' 국가들의 국채 가격도 동반 폭락했고 유럽 증시는 물론 세계 증시가 타격을 받았다.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이 몇 달째 진화에 나섰는데도 불구하고 그리스 위기가 잡히지 않는 원인은 무엇일까. 주요 외신 보도와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해 보면 그리스는 △위기의식이 미약하고 자구노력을 충분히 기울이지 않는 데다 △산업과 금융 등 경제 기반도 취약하고 △위기 이전이나 지금이나 투명성을 결여해 시장 신뢰를 잃었으며 △악재를 해결해 나갈 나라 안팎의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네 가지 공백'이 겹쳤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그리스 노동계는 정부의 긴축안에 반발해 또다시 총파업에 뛰어들었다. 그리스 최대 공공부문 노조단체인 공공노조연맹(ADEDY) 소속 아테네 대중교통조합은 추가 재정 긴축안에 항의해 이날 파업에 돌입했다. 조합원 50만명의 ADEDY는 아테네 도심에서 가두시위까지 벌였다. 최대 민간부문 노조단체인 그리스노동자연맹(GSEE)도 같은 이유로 총파업에 들어갈 태세다. IMF 구제금융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70%가 요구 조건이 심하다며 반대한다. 1997년 말 외환위기를 맞아 온 국민이 금 모으기까지 벌이며 혹독한 구조조정을 벌였던 한국과 매우 대조적이다.

"관광업 운송업 외에 특별한 수익원도 없는 허약한 경제 현실에 어울리지 않게 방만하게 공공부문 지출을 늘리다 심각한 재정난을 야기했다"(파이낸셜타임스)는 지적이 이어지지만 그리스 정부의 대응은 미온적이다. 2004년부터 2009년까지 공무원을 5만명이나 늘렸고,과도한 연금제도는 정부의 채무 부담을 가중시켰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대규모 재정 축소 등 혹독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할 상황"이라며 "(지원해봤자) 결국 '밑빠진 독에 물붓기'가 될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리스 위기론'이 번지는 가운데 EU와 IMF가 추가 지원을 검토하고 나섰다. 기존 450억유로를 550억유로로 늘린다지만 충분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많다.

무책임과 더불어 '투명성' 문제도 사태 악화의 요인이다. 최근 유로스타트는 그리스의 재정 적자가 국내총생산의 13.6%라고 밝혔는데 이는 그리스 정부가 앞서 발표한 12.9%보다 훨씬 높다. 유로존이 사태 해결 과정에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점도 사태를 꼬이게 했다. '최대주주' 격인 독일은 특히 부정적인 국내 여론을 의식,미적지근한 태도로 시간만 끌면서 사건을 키워 버렸다. 그리스가 유로화를 사용하느라 독자적인 통화 및 외환 정책을 펼 수 없었다는 것도 한계점이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