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파워-3부 변곡점] (4·끝) 커지는 中 '경제 우산'…韓·日, 동북아 공동체로 리스크 줄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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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끝) 한·중·일 공존의 길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한국의 대(對)중국 교역 규모가 미국 및 일본과의 교역을 합친 것보다 더 많다"며 "중국이 너무 잘 돼도 걱정이고,문제가 생겨도 우려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기업의 빠른 성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한국 기업들의 입지(立地)를 좁히는 반면 주요 수출시장인 중국 경제가 어려워지면 한국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커지는 중국의 '경제 우산'
중국이 한국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3.8%에 이어 올 1분기에는 26.7%로 뛰었다. 중국은 2003년 미국,2007년 일본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수출국과 수입국으로 떠올랐다. 중국의 '경제 우산' 속으로 한국이 더욱 다가서고 있는 모습이다.
일본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지난해 일본의 최대 수출국 자리에 올랐다. 일본 전체 수출에서 대중 수출 비중이 18.9%를 기록,대미 수출(17.6%)을 처음으로 앞지른 것.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2001년만 해도 일본의 대중 수출 비중은 7.7%로 대미 수출(30.4%)의 3분의 1도 안 됐다.
한국과 일본은 중국 의존도 확대에 따른 리스크를 어떻게 극복하느냐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박번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중국의 경제적 부상(浮上)에 따른 위험 요인을 최소화하고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동북아 무역의 80%를 차지하는 한 · 중 · 일 중심으로 아시아 공동체를 구성하는 것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동북아 공동체가 열쇠
다음 달 말 한국 중국 일본의 정상들이 제주도에서 만난다. 지난해 10월 베이징에서 열린 한 · 중 · 일 정상회담에서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가 제안한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장기 과제로 채택한 데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한 · 중 자유무역협정(FTA) 조기 검토를 지시한 터라 이번 회담에서 3국 간 FTA 추진 논의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 · 중 · 일 3국의 공동체 구상은 2008년 일본 후쿠오카에서 처음으로 3개국 정상들만의 공식회담이 열리면서 힘을 얻기 시작했다.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의 협의체)을 떠나 한 · 중 · 일 세 나라만의 정상회담이 이뤄진 적은 한번도 없었다"며 "글로벌 경제의 중심이 서양에서 동양으로 이동하고,동양이 자체적인 협력관계를 구축할 것임을 보여준 사건"으로 평가했다. 동아시아 경제의 75%를 차지하는 3개국이 역사 문제를 뒤로 하고 협력관계를 맺은 의미가 그만큼 크다는 설명이었다.
한 · 중 · 일 FTA는 3개국 사이의 양자 FTA와 병행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한 · 중 FTA 산 · 관 · 학 연구 결과가 이 대통령의 지시로 다음 달 중 발표가 나면 하반기 중 협상에 들어갈 전망이다.
한 · 일 FTA는 2004년 6차 협상 이후 논의를 중단한 상태지만 관련 부처 국장급 차원에서 협상 재개를 논의하는 단계다. 한 · 중 · 일 FTA는 내달 서울에서 산 · 관 · 학 공동연구 1차회의가 열린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한 · 중 FTA 체결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52~2.89%,한 · 일 FTA 체결시에는 0.75~0.84%,한 · 중 · 일 FTA 체결 때는 2.71~3.06%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경제연구소도 한 · 중 · 일 경제구조가 상호 보완적이어서 양자 간 FTA보다 경제적 효율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위원은 "한국은 미국 및 유럽연합(EU)과 동시에 FTA를 체결한 유일한 아시아 국가"라며 "대만과의 FTA도 추진해 아시아 FTA 허브로서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신썬 주한 중국대사는 최근 한국과 대만 간 경협 강화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위배하지 않는 전제 아래에서라면 문제될 게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을 거대 '아이디어 뱅크'로
FTA라는 틀을 만드는 것과 함께 한국의 실력을 키우는 노력을 병행해야 중국 부상을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문형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 시장으로 변모하는 중국의 소비자들에게 다른 경쟁국에 비해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을 팔 수 있어야 한다"며 "기업은 물론 모든 사회 주체가 국가 전체의 비효율성을 줄이는 노력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직면한 환경오염과 자원 다소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한국이 제공한다면 최고의 '관시(關係)'가 될 것"(허시유 푸단대 교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남보다 한발 앞서 중국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가질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게 관건이라는 설명이다.
"한국을 거대 아이디어 뱅크로 만들어야 한다"(박 연구위원)는 지적도 맥을 같이한다. 박 연구위원은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한국이 주도적으로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을 내놓아 호응을 얻었다"며 "동북아를 하나로 엮을 수 있는 아이디어를 계속 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과의 FTA 체결은 관세 인하 협상을 넘어 조달시장 규제 등 비관세 장벽을 투명화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박한진 KOTRA 베이징센터 부장)는 지적도 나온다. 이문형 연구위원은 "외국 기업의 LCD 투자를 골라 받고 자동차 공장의 외자 지분을 50%로 제한하는 중국식 보호주의를 없애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