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의 퇴직연금 출혈 경쟁에 제동을 걸고 나선 금융감독원이 연 7%의 고금리 퇴직연금 상품에 일찌감치 가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 간 경쟁의 혜택을 본 후 뒤늦게 과열 경쟁을 제한하고 나선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확정기여형(DC형)을 선택한 금감원 직원들은 지난 1월 최고 연 7.0%의 확정금리 상품에 가입했다. 운용 실적에 따라 퇴직급여가 달라지는 DC형은 가입자가 자의적으로 연금사업자를 선택하는 경쟁 구도로 인해 확정급여형(DB형)에 비해 제시 금리가 높은 편이다.

금감원은 지난 연말 삼성생명 국민은행 미래에셋증권 등 13개 금융회사를 퇴직연금 사업자로 선정했다. 당초 2~3개사를 선정할 계획이었으나 금융사들이 적극적으로 뛰어들면서 사업자가 크게 늘었다.

이들 13개 사업자가 당시 제시한 1년짜리 확정금리는 파격적이었다. 삼성증권이 연 6.9%를 제시했고 대우 · 우리투자 · 미래에셋증권까지 연 6.8%대 상품을 선보였다. 은행 중에선 기업은행이 연 7.0%짜리 상품을 내놨고 국민 · 신한 · 우리은행 등도 6.4~6.5%의 고금리를 내걸었다. 당시 퇴직연금 전용 1년 정기예금 고시금리는 연 4% 초반이었다. 보험권에서도 삼성생명이 6.5%,교보생명이 6.8%의 금리를 제시했다.

금감원이 자의든 타의든 경쟁의 수혜를 누리고 있어 퇴직연금 출혈 경쟁을 막기 위한 창구지도가 제대로 먹혀들지 않는 양상이다. 지난주 한국수력원자력의 퇴직연금 사업자 선정에선 한 은행이 정기예금 금리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연 7.5%를 제시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 1월께 주요 공기업들에 제시된 금리와 비슷한 수준"이라며 "출혈경쟁을 근본적으로 바로잡으려다 보니 대응 조치가 다소 늦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