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아시안게임 우승하고 32연승 기록도 깨겠다"
'쎈돌' 이세돌 9단이 비씨카드배 정상에 오르며 개인 통산 13번째 세계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 9단은 27일 서울 홍익동 한국기원 1층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결승 5번기 제3국에서 중국 창하오 9단에게 171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두며 종합전적 3-0으로 비씨카드배를 차지했다.

이 9단은 지난 24일과 25일 같은 장소에서 열린 1,2국에서도 손쉽게 불계승을 거두었으며 연승행진도 24연승으로 늘렸다. 비씨카드배는 이 9단이 6개월간의 휴직을 마치고 지난 1월 복직한 뒤 첫 출전한 기전이다. 이 9단은 이번 우승으로 지난해 중국에 빼앗겼던 비씨카드배 우승컵을 되찾았으며 우승상금 3억원도 거머쥐었다.

3국은 초반부터 난타전을 예고했다. 초반 우상귀 백60의 응수타진으로 창하오 9단이 앞서갔지만 이 9단의 공격력은 막강했다. 이 9단은 창하오 9단의 백94 실착을 놓치지 않고 흑95 이하로 정확하게 응징하며 우변 대마를 몰아갔고,하변 대마를 잡아 역전에 성공했다. 창하오 9단의 작은 틈을 놓치지 않은 이 9단의 위력적인 수읽기가 돋보인 한 판이었다.

이 9단은 경기 직후 "3-0으로 이길 줄은 몰랐다"며 "응원해 준 팬과 대회 관계자,이상훈 사범과 아내,딸에게도 감사의 말을 빼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푹 쉬고 싶다고도 했다.

이 9단이 개인 최다 32연승(2000년) 기록과 이창호 9단의 국내 최다 41연승(1990년) 기록을 경신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세계대회도 12연승을 기록 중인 그는 "우승했다고 흐트러지거나 긴장을 늦추거나 하지 않고 이 기분을 살려 더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시안게임 우승 의지도 내비쳤다. 32연승에 대해서는 "앞으로 8연승을 해야 하는데 지금 기세라면 못할 것도 없겠다"면서도 "그러나 연승에 의미를 두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1국은 내 페이스대로 흘러가 잘 풀렸다"며 "2국이 승부의 분수령이었는데 이겨서 3-0은 아니더라도 이 시리즈에서는 이길 거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초반에 다소 애를 먹은 점도 인정했다. "초반이 약하다 보니 빨리 두지 않고 시간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작전이라고 해야죠.복귀 초반에 역전승이 많았는데 기세를 많이 타는 편인 셈이죠."

그는 이번 우승으로 바둑계에서 존재감이 더 두드러지게 됐다. 이에 대해 "다른 사람들의 성적을 보고 그런 얘기를 하는데 다른 기사들이 컨디션을 회복하면 충분히 같이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에둘러 말했다.

복귀 후 바둑에 대한 생각은 변했을까. "바둑에 대한 사랑이 깊어졌는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지고 싶었던 적은 없었어요. "

그는 이번 대회의 고비로 박영훈 9단,쿵제 9단과의 대국을 꼽았다. 올해 위협적인 기사로는 쿵제 9단,구리 9단,창하오 9단을 지목했다. 예전에 쿵제 9단이 성적을 못 냈을 때 이겼는데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고 했다.

하루 중 얼마나 바둑에 할애할까. "엄청나게 열심히 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공부를 따로 안 해도 바둑 쪽에 많은 신경을 쓰게 돼 있으니까요. 요즘 인터넷 등 기보를 보기가 너무 쉽지만 수에 대해 크게 연구하지는 않습니다. "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