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세계 1위가 된다. "

박종우 삼성전기 사장(사진)이 새 목표를 내놓았다. 수십년간 시장을 장악해 온 일본 업체들을 제치고 전자부품 분야의 글로벌 톱에 오르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 1분기에도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린 자신감을 바탕으로 정한 목표다. LED(발광다이오드),MLCC(적층세라믹콘덴서) 분야에선 이미 1위 달성을 눈앞에 뒀다. 삼성전기는 또 지난 26일 시가총액 10조원을 돌파,글로벌 전자부품 업체 중 4위에 오르기도 했다. TV,모니터 등 세트 제품에 이어 전자 부품 분야에서도 국내업체가 세계 정상을 차지할 날이 머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시가총액 10조원 돌파,글로벌 4위 약진

TDK,니덱,교세라,무라타,마쓰시타 부품,롬,이비덴,알프스.일반인들에는 다소 생소한 이름이지만 모두 글로벌 시장을 호령해 온 일본 부품업체들이다. 10년 전이나 마찬가지로 전자부품 분야 글로벌 톱10을 거의 독식하고 있다. 하지만 달라진 것도 있다. 국내 업체인 삼성전기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기의 시가총액은 27일 기준 10조4571억원.일본 교세라,니덱,무라타에 이어 4위다. 지난해 매출 5조5000억원으로 영업실적 순위에서도 5위까지 올라갔다.

다음 목표는 1위다. 10조원이 넘는 매출을 내는 교세라,TDK와는 아직 다소 격차가 있지만 삼성전기의 주요 제품들이 전형적인 성장품목이어서 수년 내 이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게 회사의 판단이다. 1973년 일본 산요전기와 합작해 삼성이 부품사업에 처음 나설 때만 해도 감히 상상조차 힘든 일이었다.

◆부품 시장의 '퍼스트 무버(first mover)'

삼성전기가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6년께.일본 경쟁사보다 6개월가량 먼저 휴대폰,TV에서 전류를 흐르도록 역할하는 부품인 고용량 MLCC를 내놓으면서부터다. 삼성전기가 추격자에서 선도자(퍼스트 무버)로 위상을 높일 수 있었던 계기다. 2005년 사내 핵심 인재들을 뽑아 드림팀을 구성,1년간 차세대 MLCC 개발에 매진한 게 주효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기술이 바뀌니 영업관행도 달라졌다. 세트업체들의 주문에 수동 대응하는 것에서 벗어나 먼저 부품을 개발하고 세트업체에 역제안하는 일이 늘어났다. 삼성전자,LG전자는 물론 애플,HP 등의 고객을 확보한 것도 이때의 일이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기 MLCC 점유율은 20%대로 선두업체(30%)와의 격차를 크게 줄였다.

지난해 글로벌 4위 수준이던 LED 매출도 올해 세계 1위 등극을 앞두고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기의 올해 LED 예상매출액은 1조8000억원으로 일본 니치아,독일 오스람,미국 크리 등을 제칠 것으로 예상된다"며 "성장이 더딘 조명사업에 치중하는 경쟁사와 달리 세계 LED TV 시장 개척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와 시너지를 이뤄낸 덕분"이라고 말했다.

주마가편(走馬加鞭).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한다는 말처럼 박종우 사장은 26일 수원사업장에서 임원 및 그룹장 300여명과 가진 포럼에서 "무조건 변해야 한다"며 직원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세계 1위 도약을 위해선 실적 기록 행진에 안주하지 말고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는 "임직원의 조그마한 변화만으로도 회사가 크게 약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경험했다"며 "일하는 방법을 개선시켜 앞으로 더 큰 변화를 이루면 2015년 세계 1위권에 진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