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정보기술(IT) 기업이 26일 미국의 휴렛팩커드(HP)와 일본 도시바를 상대로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아이궈저(愛國者)'란 브랜드로 MP3플레이어 등을 생산하는 베이징화치는 이날 베이징 인민법원과 시안 인민법원에 각각 HP와 도시바를 상대로 지재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제일재경일보가 보도했다.

베이징화치는 USB 포트 등 데이터 전송과 관련된 기술 6건을 도용당했다고 주장했다. HP에 요구한 손해배상 규모는 100만위안.HP는 지재권 침해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고 제일재경일보가 전했다. 베이징화치는 델 삼성전자 소니 등도 일부 기술을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 기업발 지재권 소송 리스크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실제 '짝퉁 왕국' 중국에서는 오히려 토종 기업이 외자 기업을 상대로 지재권을 침해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으며 관영 언론들도 이를 부각시키고 있다. 지난 22일엔 톈푸콜라가 펩시코를 상대로 생산기술 등 일부 지재권을 도용했다며 충칭시 인민법원에 제소했다. 충칭상보는 충칭에 있는 기업이 글로벌 500대 기업을 상대로 지재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첫 사례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도 27일 '메이드 인 차이나' 브랜드가 외국산 짝퉁으로 피해를 입고 있다며 부엌용품 업체 사례를 소개했다. 중국의 크래스털테크놀로지가 올해 초 자사의 전자솥과 유사한 제품이 미국 시장에서 팔린 데 이어 짝퉁 제품이 중국으로까지 밀려 들어온 사실을 확인하고 소송 절차에 착수했다는 것이다.

지재권 분쟁의 '피고'이기만 했던 중국 기업이 원고로서 공세적인 입장을 취하기 시작한 것은 중국에서도 지재권 가치에 대한 인식과 독자 기술 개발 노력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법적 분쟁을 벌임으로써 기술력을 과시하려는 마케팅 측면도 강하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한국 기업도 중국발 지재권 소송 리스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2007년 삼성전자의 중국 휴대폰 생산 합작법인인 삼성커젠은 저장성에 있는 화리통신으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다. 삼성전자는 2004년에도 열전반도체 소자를 이용한 냉각 기술이 중국 기업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이유로 중국 법원으로부터 30만위안(4500만원)을 지불하라는 판결을 받기도 했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