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엑스포에서 중국 이외의 나라중 '기업 연합관'을 두고 있는 나라는 한국과 일본 두 곳뿐이다. 영원한 라이벌이 상하이에서 또 한번 각축전을 벌일 전망이다. 객관적인 전력은 한국이 앞선다. 한국은 금호아시아나,두산,롯데,삼성전자,신세계이마트,포스코,한국전력,현대자동차,효성,LG,SKT,STX 등 대기업들이 참여하고,일본은 대부분 중견기업들이다.

◆한 · 일 경쟁

한 · 일간에 엑스포 기업관 전력 차이가 나는 것은 기업연합관 운영을 위임받은 한국무역협회의 공이 크다. 사정은 이렇다. 상하이엑스포 조직위원회는 이번 엑스포에 '글로벌 스폰서십'이란 제도를 도입했다. 상하이GM,코카콜라 등 글로벌 기업들에게 약 300억원 가량의 후원금을 받고 단독기업관을 제공했는데,혜택으로 '동종 산업군에 있는 기업은 전시회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내용의 배타적인 권리를 부여받았다.

이 규칙대로라면 상하이GM이 속해 있는 자동차 업종에선 어떤 기업도 상하이엑스포에 참여하지 못한다. 하지만 무역협회는 뚝심으로 맞섰다. 오영호 무역협회 부회장은 "끈질기게 중국측을 설득했다"며 "로고를 전면에 내걸지 않는 조건으로 대기업들을 참여시키는 안을 허락받았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도요타 등 일본 기업들은 일찌감치 참가를 포기해 버렸다.

◆최고의 조망

기업 연합관은 푸시 D지역 제17호관이다. 황푸강 선착장변에 자리잡아 조망이 훌륭하다. 연면적 4012㎡에 높이 19.8m의 3층짜리 철골 건물로 'Green City,Green Life'이란 주제 아래 만들어졌다. 공사비만 299억원이 들어갔으며 하루 2만3400명씩 약 430만명을 끌어오는 것이 무역협회의 목표다. 아침 9시30분부터 밤 10시30분까지 관람할 수 있다.

한국 기업 연합관의 최대 장점은 조망이다. 푸시지역 기업관 건물 가운데 유일하게 황푸 강변에 자리잡고 있다. 주최측에서도 야경이 가장 아름다운 장소로 꼽을 정도다. 기업 연합관에서 밖을 보면 엑스포 예술 센터와 중국관을 정면으로 바라보게 되는데 이 점이 관람객을 유혹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전망이다.

건축 컨셉트는 한국 고유의 역동적인 춤사위와 상모 돌리기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기업과 사람,도시와 자연을 이어주듯 물결이 건물 전체를 유연하게 휘감는 형상이다. 한국의 '그린 IT'를 선보이는 것이 목적인 만큼 외피는 철거 후 쇼핑백 등으로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합성수지 천막재를 사용했다.

◆한국 기업관에서만 볼 수 있는 것들

다른 기업관과 차별화된 한국 기업관만의 볼거리들도 풍성하다. 세계 최대의 원통형 멀티미디어쇼가 대표적인 사례다. 3층에서 2층으로 연결되는 슬로프 구간에서 구현할 예정인데 LCD 모니터 192대를 이용해 기업 연합관의 주제 영상을 보여준다. 192라는 숫자는 엑스포 참가국 수이자 UN 회원국 수를 의미한다.

눈을 보기 힘든 상하이 시민들의 이목을 사로잡기 위해 '눈 내리는 상하이'를 연출하는 것도 특징적이다. 오영호 부회장은 "인공눈을 뿌릴 것"이라며 "한국 기업 연합관이 가족에겐 화목한 공간으로,연인들에겐 낭만적인 공간으로 자리잡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무역협회는 관람객들에 대한 서비스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다. '서포터즈'라고 불리는 운영 요원을 선발해 상하이에 파견했다. 중국어에 능통한 대학생과 20대 대졸자들로 총 88명을 선발했다. 이 가운데 한족(2명),조선족(2명)도 자원해 한국의 기술과 문화를 전파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무역협회는 서포터즈 운영을 통해 청년 실업난에 일조하고 한국의 대학생들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을 체험,향후 중국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 주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상하이 엑스포 참가 목적이 '한 · 중 우호 증진'인 만큼 양국간 젊은이들의 교류는 2012년 여수 엑스포 개최에도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