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22 · SK텔레콤)가 확 달라졌다. 박인비는 2008년 미국LPGA투어 메이저대회인 US여자오픈에서 우승한 뒤 '세리 키즈'의 선봉에 서는 듯했으나 이내 내리막길을 걸으며 '반짝 우승'이라는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 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미국과 일본 무대에서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박인비가 달라진 이유는 뭘까.

지난해 일본LPGA투어 시드전에 출전해 공동 2위로 투어 카드를 확보한 박인비는 올 시즌 5개 대회에 출전해 우승 한 차례,2위 네 차례를 기록했다. 지난달 PRGR 레이디스컵에서는 단독 1위로 경기를 마쳤으나 석연찮은 규칙판정으로 2벌타를 받는 바람에 우승컵을 웨이윤제(대만)에게 내줘야 했다.

그렇지만 2주 전 니시진 레이디스오픈에서 보란듯이 우승,'일본 텃세'를 실력으로 잠재웠다. 지난주 후지 산케이 레이디스클래식에서는 마지막날 공동 19위로 나섰다가 5타를 줄이며 공동 2위까지 치솟았다. 미LPGA투어에서도 선전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KIA클래식에서는 단독 2위,이달 초 개최된 메이저대회 나비스코챔피언십에서는 10위를 각각 기록했다.

박인비는 올 시즌 선전 비결에 대해 "동계훈련 때 체력과 멘털(정신력) 측면을 모두 보강했다"며 "지난해보다 샷이 좋아지고 거리도 늘어 자신감이 많이 붙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12월 체력훈련 전문 트레이너와 심리상담가의 도움으로 심신을 단련했다. 경기도 분당의 집 근처 피트니스센터에서 하루 3시간씩 근력과 유연성을 강화하는 스트레칭 훈련을 했다. 러닝머신 등으로 지구력을 길렀고 고무밴드를 활용해 상체의 유연성을 강화했다.

또 일주일에 한두 번 멘털 컨설팅을 받았다. 그는 "지금도 일주일에 한 번 이상 30분가량 멘털 상담을 통해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다"며 "경기에 대한 이미지 트레이닝을 반복하고 목표를 새롭게 설정하는 등 여러모로 도움을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초 미국 LA에서 백종석 스윙코치(전 SBS골프해설위원)의 지도로 아이언샷을 집중적으로 보강했다. 클럽을 캘러웨이(디아블로) 제품으로 바꾸고 기존의 깎아치는 듯한 스윙을 일정한 궤도를 따르는 플랫 스윙으로 교정했다.

박인비는 "비디오를 찍어가며 의식적으로 새 스윙을 몸에 익혔다"며 "임팩트 때 체중을 최대한 왼발에 실을 수 있도록 연습한 게 거리 증대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7번 아이언샷 거리는 지난해보다 15야드 늘어난 160야드 정도 보낸다.

2008년 하반기 무리한 스케줄 때문에 생긴 허리 부상도 말끔히 나았다. "지난해 샷이 안 좋았고 허리 부상까지 겹쳐 성적이 바닥일 때가 많았어요. 하지만 주변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고 연습에만 집중한 결과 올해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고 있어요. "

그는 일LPGA투어에 전념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일본 골프장이 산지에 들어선 게 많고 포대 그린도 적지 않아 국내와 비슷하다"며 "생각보다 일본 투어 성적이 좋아 미국에 가서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에둘러 말했다. 미LPGA투어는 남은 대회에 대부분 출전하고 일LPGA투어는 4~5개 대회만 나설 계획이다. 올 시즌 목표는 미국과 일본 LPGA투어에서 2승씩 거두는 것이다.

자신만의 루틴(정해진 샷 습관)이 있느냐는 질문에 아마추어 골퍼들이 애를 먹는 그린 공략법에 대해 귀띔해 주었다. "그린에서는 꼭 볼 반대편에서 경사 등 퍼트라인을 살피고 볼이 있는 쪽으로 와서 정렬한 뒤 다른 생각 안 하고 느낌대로 칩니다. "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