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판매 · 운용사 CEO(최고경영자)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투자자들의 편중 투자(속칭 '몰빵 투자')를 방치하고 펀드의 위험관리가 부족했던 점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또 환매를 진정시키고 장기 · 분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투자자 교육과 세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한국경제신문이 5개 은행 행장과 20개 증권 · 자산운용사 대표 등 펀드 판매 · 운용사 CEO 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펀드 신뢰도 저하의 원인은 투자자들의 편중 투자를 그대로 방치한 때문이란 응답이 9명(36%)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펀드의 위험관리 부족(8명 · 32%),펀드의 불완전 판매 소지 발생(4명 · 16%)이란 의견이 뒤를 이었다. 정찬형 한국투자신탁운용 사장은 "투자자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판매 · 운용사의 자기 반성도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기분산 투자를 위해 우선적으로 필요한 조치(복수 응답)로 응답자의 38%가 장기투자 의식 고취를 위한 투자자 교육을 꼽았다. 펀드는 장기로 투자해야만 투자위험을 낮추고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믿음이 투자자 의식 저변에 자리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음으로 장기 투자를 위한 세제지원(32%)을 꼽았고 판매규제 완화 및 판매채널 다양화(18%),연금제도 개편(8%)이 뒤를 이었다. 구체적인 세제 지원방안으론 장기주식형펀드 부활(11명 · 44%)과 퇴직연금 세제 지원(9명 · 36%)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국민의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수단으로 10년 이상 장기투자에 대해서는 세제혜택을 상설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개인연금이나 도입 초기인 퇴직연금은 세제 지원규모와 혜택면에서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펀드 판매서비스 제고를 위해서는 판매채널 확대(13명 · 52%)와 투자권유인 제도 개선(6명 · 24%)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지연되고 있는 독립재무설계상담자(IFA)나 '펀드 슈퍼마켓' 도입을 서두를 때가 됐다는 의견이다. 지나치게 판매사 중심으로 되어 있는 펀드 · 수수료 보수 체계를 개편하고 판매사 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선 전문 펀드판매인인 IFA나 저비용의 펀드 슈퍼마켓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퇴직연금 활성화를 위해서는 선진국 수준으로 세제 혜택을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이 16명(64%)으로 3분의 2를 차지했다.

서정환/박민제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