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허브공항' 굳히기…대한항공ㆍ아시아나 공조도 한몫
익명의 한 독일 승객은 "터미널에서 가족과 4일간 머무르는 동안 편안한 숙식과 목욕 등 따뜻하고 세심하게 편의를 제공해 준 인천공항 측에 고마움을 느꼈고 코리아를 평생 잊지 않겠다"는 글을 남겼다.
한 20대 여성 영국인은 지난 21일 출국 직전 감사의 마음을 담은 글을 A4용지로 뽑아 자신이 머문 인천공항비즈니스센터 직원들에게 일일이 돌렸다.
이 프린트에는 "예외적인 상황에서 보여준 공항직원의 인내와 노고,그리고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당신들의 모든 친절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유럽발 항공대란이 인천국제공항을 더욱 빛나게 했다는 외국인 승객들의 칭찬이 잇따르고 있다. 유럽공항 통제로 인천공항에 발이 묶인 승객들이 인천공항공사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제공한 친절 서비스에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측은 항공대란 첫날인 16일부터 대기 승객들에게 햄버거와 샌드위치,음료수,스낵 등의 세트요리 식권쿠폰을 매일 나눠줘 승객들을 감동시켰다. 인천시와 한국방문위원회,한국관광공사,상주기관 및 상주기업 등과 긴밀히 협조해 에어 매트리스와 담요,치약,칫솔 등 생필품 등을 무제한 제공했다.
공사 측은 또 상주직원 한가족쉼터(샤워실 · 라운지) 와 사우나 시설 등을 24시간 무료 개방했고,무료 인터넷 및 영자신문 서비스도 제공했다. 인천공항 의료센터는 무료진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이 기간 중 공사 임직원들은 24시간 비상근무를 했다.
이채욱 인천국제공항 사장은 항공대란 직후 공사 내에 상황실을 차려놓고 여객터미널 등 현장 곳곳을 쉴 새 없이 돌며 임직원들과 상주기관 및 협력업체들을 독려했다. 이 사장은 "인천공항이 '5년 연속 세계 서비스 1위의 허브 공항'이라는 사실 때문인지 항공대란 직후 홍콩,대만,싱가포르공항에서 서비스대책을 물어오기도 했다"며 "인천공항은 평소에 각 부서는 물론 상주기관, 협력사와의 서비스 개선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어 큰 문제없이 항공대란에 대한 서비스를 원활히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대기 승객들이 밤새 터미널에서 머무는 만큼 야간에도 실내 온도조절 등 사소한 것까지 챙기도록 했다는 것.
외국 승객들이 인천공항터미널에 머무는 동안 주한 영국대사와 프랑스대사를 비롯해 독일,체코,스페인,이탈리아 영사들이 잇달아 인천공항공사를 방문하고 자국민 보호와 편의 제공에 감사하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도 식권 및 생수대,담요 제공과 터미널에 유럽 전용 안내데스크를 설치하고 노약자 동반 승객들에겐 인근 호텔 숙박권과 식사를 제공해 찬사를 받았다.
특히 대한항공의 신속하고 친절한 서비스는 유럽 현지 언론의 미담사례로도 소개됐다. 대한항공은 지난 16일 인천공항을 출발,런던을 향하던 중 화산 폭발로 공항이 폐쇄되자 프랑크푸르트로 회항한 뒤 승객 322명에게 무료 호텔 숙박 서비스를 했다. 지난 21일에는 인천공항에 있던 독일,프랑스 등 외국인 승객을 임시항공편으로 하루 만에 귀국시켜 독일과 프랑스 대사관으로부터 감사의 뜻을 전달받기도 했다.
김창환 인천여객서비스지점 부장은 "유럽의 정서상 이런 서비스는 이해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천재지변으로 발생한 결항시 외국 공항과 항공사는 상당히 냉정한 편"이라고 말했다. 내국인이 인천공항을 칭찬하는 글들도 많이 올라왔다. 네티즌 4666번은 "이번 유럽 공항대란을 계기로 인천공항이 '사위는 100년 손님,외국인은 1000년 손님'이란 정성으로 인천공항이 외국인들에게 친절한 서비스를 베풀어 국격을 높였다"고 썼다.
아시아나항공 역시 유럽 승객들로부터 찬사를 한 몸에 받았다. 발권 인력을 평소 대비 30% 가까이 더 투입,오전 8시부터 20시까지 유럽행 외국인 전용 안내 카운터를 운영하고,매일 2회 정기 브리핑을 실시했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샤워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담요도 배포했다"며 "외국 공항들과 비교해도 인천의 조치가 돋보인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인천=김인완/박동휘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