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랴오닝성의 알루미늄 제조업체인 종왕그룹.작년 기업공개를 하면서 공모예정가를 부풀려 망신을 샀던 회사다.

이런 전력을 갖고 있는 종왕이 이번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홍콩언론들의 도마에 올랐다. 은행으로부터 23억위안(3900억원)을 대출받아 랴오닝성의 국영 부동산개발업체에 빌려준 게 발단이다. 종왕은 "지방경제를 살리기 위해 빌려주었다"고 설명했지만 홍콩언론들은 '지배구조의 문제'라며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종왕은 중국기업의 불투명성을 보여주는 한 사례다. 중국기업들 중엔 민영회사인지 국영회사인지 구분이 안 가는 게 많다. 정부나 정부산하기관이 굳이 지분을 가지고 있지 않더라도,보이지 않는 주주인 정부나 고위공무원들의 영향력이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종왕의 경우 지방정부가 대주주인 부동산개발업체를 대신해 대출을 받아주라는 압력을 받았을 개연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문제는 중국정부의 기업개혁이 이처럼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중국정부는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비유통주를 유통화시키며 보이지 않는 손들의 기업에 대한 영향력을 차단하는 데 주력해왔다. 그러나 종왕의 사례는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국 해결책은 관습과 의식의 개혁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중국인들은 법보다는 관습을 존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법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가장 낮은 수준의 해결책이고,그 전에 인간관계를 통해 문제를 풀려고 시도하는 게 중국인들이다. 그래서 법보다는 영향력이 있는 사람을 먼저 찾는다. 이러다보니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모호해지게 마련이다. 이는 중국에서 모든 사람들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시스템을 형성하는 데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베이징의 한국인 집단거주지역인 왕징의 한 상가건물은 최근 세입자들이 보증금도 못 받고 모조리 쫓겨날 위기에 처해 있다. 건물 전체를 임대한 뒤 세입자들에게 재임대를 준 사람이 불미스런 사건으로 감옥에 갔기 때문이다. 월세를 제대로 못 받게된 건물 주인은 세입자들에게 모두 나갈 것을 통보했다. 재임대를 주는 것도 불법이지만 중국에선 오랜 관습이다. 곳곳에 자리잡은 불투명성이 중국사회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

조주현 베이징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