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소속의 무기계약 및 기간제근로자들이 근로실적평가 제도의 도입에 반발하고 있다.

제주도는 '무기계약 및 기간제근로자 근무실적평가 기본지침(안)'을 마련해 올해부터 시범운영하고 나서 내년부터 본격 시행하기로 공공노동조합과 합의했다고 22일 밝혔다.

이 안은 무기계약직 전원을 직종별로 분류해 매년 3월과 9월에 이전 6개월간의 실적을 평가한 뒤 그 결과를 인사관리에 반영, 상위 5명과 하위 5명의 보수 조정 및 기간제근로자의 계약 해지 등에 활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나 2천360여명의 제주도 소속 무기계약 및 기간제근로자 가운데 상당수가 이런 근무실적평가 지침이 원천무효라며 반발하고 있다.

공공노조원 710명을 제외한 제주도미화원노동조합과 제주지역 자동차노동조합 제주시공영버스지부 등은 "평가결과를 활용해 상위 5명과 하위 5명에 대해 보수를 조정하겠다는 것은 근속 연수에 따라 자연승급분을 받게 되어 있는 단체협약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자연승급분은 연공급(年功級) 임금체계에서 근속 연수에 대한 임금으로, 근무평가와는 전혀 별개임에도 근무평가를 통해 임금을 떨어뜨리는 징벌적 방향으로 제도화하고 있다"며 "일반직 공무원은 근무평가를 통해 자연증가분인 호봉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무기계약직의 자연승급만 제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이미 취업규칙에 정직, 감봉, 견책 등의 징계 기준이 마련돼 있는데도 다시 같은 사안으로 근무평가를 해 감점제를 적용하는 것은 인사상, 금전상 이중처벌을 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또한 근무평가를 기간제 근로자의 계약 해지에 활용할 경우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을 위반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무기계약직 노조원 P씨는 "지난해 직종 변경에 대한 설명회를 했지만, 협의가 되지 않아 직종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직종별 근무평가를 시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객관화되지 않은 평가항목 때문에 인사권이 남용되고 줄서기, 줄대기 문화가 조장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노조원 J씨는 "공공노동조합은 제주도의 무기계약직을 대표하는 구속력 있는 조합이 아니므로 전체 무기계약직을 구속하는 이번 근무평가 지침은 원천무효다"며 "충분한 협의를 통해 납득 가능한 객관적 평가기준을 마련, 시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진석 제주도 인적자원과장은 "무기계약 및 기간제근로자를 적재적소에 배치해 일을 제대로 하게 하고 조직을 발전시키기 위해 근무실적 평가안을 만들었다"며 "금고 이상의 형을 받거나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하는 등의 위법행위를 할 경우 교육 시키고 그래도 안되면 일부는 페널티를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주연합뉴스) 김호천 기자 kh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