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20일 약 1년 만에 청와대에서 가진 3당 대표회동에 상당히 공을 들였다. 1시간40분간의 오찬간담회가 끝난 후 이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청와대 본관 입구까지 내려와 "고마웠다"고 인사를 하며 정중하게 배웅했다. 천안함 사고 조사 결과가 나온 후 우리 정부의 대응 과정에서 정치권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배석자를 물리치고 이 대통령과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정세균 민주당 대표,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 등 4명만 만났다.

이 대통령은 천안함 사고의 조사과정과 군 당국자의 책임 문제 등에 대해 소상히 설명하며 이해와 협조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어뢰든 기뢰든 무슨 조각이 나와야 전문가들이 과학적으로 조사할 수 있을 텐데 지금 그것을 수거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최종 물증이 나올 때까지는 뭐라고 대답할 수 없다. 신중하게 가는 게 좋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결론이 나오게 되면 발표 전에라도 세 분께 먼저 얘기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대통령은 "'북풍'이야기를 하는 분이 있더라"며 "그러나 내가 북풍을 하겠다고 하면 처음부터 북한 소행같다고 이야기하지 않았겠느냐.정치적으로 이 문제를 안 하려고 신중히 하고 있으니 야당 쪽에서도 그 점을 인식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당장 문책을 얘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책임을 안 묻겠다는 게 아니고 냉정하게 묻겠다는 것이다. 시점이 중요한 게 아니라 국가안보상으로 어느 때 하는 게 도움이 되는지,군의 사기도 고려하면서 더 엄격하게 묻는 방안은 없는지 두 가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개입 여부는 오래가지 않아 규명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정세균 대표는 "기밀주의를 버리고 국민에게 그대로 다 얘기해야 한다"며 "또 조사과정을 독점하거나 은폐 조작하는 행위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 대통령은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겠다는 의무감을 갖고 일하고 있다. 감출 것도 없고,나오는 대로 다 공개할 것이기 때문에 조사 결과에 대해 기다리면서 믿음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의심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북이 개입됐을 경우 유엔안보리 제재는 당연한 것이며 남북 항해서에 의한 통행도 차단하고 남북 협력 사업의 전면 중단도 이뤄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홍영식/구동회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