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전남 여수 GS칼텍스 제3중질유분해시설(제3 HOU) 공사현장.65m 높이의 거대한 반응기탑과 촉매 저장기 주위로 크레인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61만5000㎡(18만6000평)에 달하는 넓은 부지는 설비들로 빼곡하다. 공장 전체를 휘감고 있는 배관 길이는 서울과 부산을 두 번 반 왕복할 수 있는 2000㎞,케이블은 그 배가 넘는 4600㎞에 달할 정도로 초대형 공사다.

완공까지 두 달 정도 남은 현재 공정률은 96%.제3 HOU는 아스팔트나 벙커C유로 쓰이던 저급 중질유를 등 · 경유와 같은 고부가 경질유로 바꾸는 시설로 정식 명칭은 VR HCR(감압잔사유 수첨탈황 분해시설)이다. '지상 유전'이라고 불릴 정도의 최신 고도화 설비다. 국내에선 처음이며,세계적으로도 셸 BP 등에 이어 7번째다.

◆셰브론도 놀란 최신 '지상 유전'


"제2 HOU를 건설할 때에는 우리 실력에 반신반의하던 자본제휴선 셰브론도 전 세계 생산기지 중 처음으로 한국에 VR HCR를 건설하는 것을 승인했습니다. 원자재 가격 급등과 같은 돌발 변수에도 예산과 공사 일정을 정확히 맞춰 셰브론 측이 놀랄 정도입니다. "

제3 HOU 건설을 맡고 있는 박경도 프로젝트 매니저(상무)는 자신감에 찬 얼굴로 이렇게 설명했다. GS칼텍스가 2008년 착공 후 지금까지 공사에 투자한 금액은 2조6000억원.국내 석유화학업계 단일 투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원유 정제사업이 불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도화 설비 투자를 늘리는 이유는 사업 경제성 때문이다. 원유 정제과정에서 찌꺼기로 나오는 저급 중질유를 고급 경질유로 바꿔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하루에 15만배럴의 벙커C유를 처리하는 기존 제2 HOU에서 나오는 저급 중질유는 총 6만여배럴.지금까지는 두바이유보다 배럴당 5~10달러 싼 아스팔트나 벙커C유로 쓰이는 게 고작이었지만 제3 HOU가 가동되면 이 가운데 절반가량인 3만배럴은 등유나 경유 같은 질 좋은 기름으로 재탄생한다.



등 · 경유의 국제 제품가격이 일반적으로 두바이유에 비해 배럴당 10달러가량 높은 것을 고려하면 하루에 45만달러(약 5억원)~60만달러(약 6억6000만원)의 마진을 얻을 수 있는 셈이다. 제3 HOU에서 나오는 감압가스오일(VGO)을 기존 고도화 설비에 재사용할 수 있는 원료 대체 효과까지 감안하면 연간 7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고도화 설비가 든든한 수익 밑거름

오는 9월 이후 제3 HOU가 상업가동을 시작하면 GS칼텍스의 하루 고도화 설비 처리 규모는 현재 15만5000배럴에서 21만5000배럴로 38.7% 늘어난다. 고도화 비율(전체 원유정제 처리 능력 대비 고도화 설비 생산 비중)이 현재 20.7%에서 28.7로 높아져 에쓰오일(25.5%)을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라서게 된다.

작년 이후 해외에서 원유를 들여와 일반적인 정제과정을 통해 휘발유 경유 등 경질유를 생산하는 단순 정제사업의 사업성이 '제로'에 가까운 상황에서 제3 HOU와 같은 대형 고도화 설비의 가동은 원유 정제사업의 수익성을 개선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회사 측은 보고 있다.

신영걸 제3 HOU 프로젝트팀 부장은 "제3 HOU가 완공되면 정유사로선 최적의 효율을 내는 사업구조를 갖추게 된다"며 "벙커C유 등으로 쓰이는 제품 양을 최소화하고 국제유가와 제품가격 변동에 맞춘 탄력적인 대응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수=조재희 기자 joyj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