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이 고액 자산가를 위한 프라이빗 뱅킹(PB)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산은은 20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PB센터를 열고 고액 자산가들이 밀집한 강남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산은의 PB센터 오픈은 창립 56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PB센터는 갤러리아 백화점 명품관 길건너편에 위치한 트리니티 빌딩 5층에 자리 잡았다. 4층에 있는 대우증권과 시너지를 창출하겠다는 의도에서다. 리노베이션 비용만 6억원이 든 이곳에는 산은 개인금융센터 직원 8명이 근무한다. 올해 예금유치 목표는 3000억원.민유성 산업은행장은 "고품격 자산컨설팅 서비스의 시금석이 되도록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씨티은행 출신의 구안숙 개인영업센터장(부행장)을 영입한 것도 이를 위한 포석이다.

산은의 당초 개인금융부문 영업전략은 파이낸셜 플래너(FP)를 활용한 무점포 영업이었다. 전국 지점이 45개로 국민은행의 20분의 1에 불과한 점을 감안한 계획이었다. 지점 수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PB수준의 예금모집인 100명을 두고 거액 자산가를 중점 공략,취약한 수신기반을 보완한다는 계획이었다.

이 방안은 그러나 금융감독원의 반대에 부딪쳐 일단 보류됐다. 저축은행이나 외국계 은행이 같은 방안을 요구할 경우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이 난색을 표시했다.

산은은 일단 전략적 거점에 PB센터를 설치,대우증권과 복합점포를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개인 금융브랜드로 '산(山)'을 확정했다. 자산이 산처럼 많이 쌓이기를 바란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복합점포에서는 산은과 대우증권이 종합자산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달 금호생명이 정기주총을 통해 KDB생명으로 사명을 바꾸면 보험상품도 판매한다. 연말에는 개인을 상대로 한 카드 영업도 계획하고 있다.

민 행장은 "산은이 PB시장에서 강자가 된다는 것은 목표도 아니며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대신 시장성 수신에 비해 취약한 핵심 예금자산의 비중을 자산의 30% 정도까지는 끌어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인수합병(M&A)을 통한 수신기반 확충 방안에 대해서는 "대주주인 정부가 판단할 일"이라며 "지금은 스스로의 수신기반을 넓혀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신 산은이 일반 시중은행과 차별화된 경쟁 포인트를 갖추고 있다는 점은 빼먹지 않았다. 산은이 경쟁력을 갖고 있고 장기간 시장 수익률을 상회하는 수익률을 제공할 수 있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나 사모펀드(PEF)에서 개인투자자를 유치하겠다고 민 행장은 설명했다. 예대마진이 전체 수익의 85%를 차지하는 일반 시중은행과 다른 방식으로 승부하겠다는 의미라고 산은 관계자는 설명했다.

구안숙 부행장은 "특판예금이긴 하지만 최근 출시 2주 만에 1조6000억원을 유치했다"며 "금액보다도 새로운 고객을 확보했다는 점이 더 큰 의미가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