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굴릴 곳이 없다는 요즘 최선의 투자 수단은 무엇일까. 은행 예금은 이자가 너무 낮고 부동산은 침체돼 있으며 펀드는 환매 사태를 빚고 있다. 중 · 장년층은 노후 대비가 절실한데 해답이 안 보인다.

"펀드라면 신물이 난다"는 사람들이 많지만 역설적으로 주식형 펀드가 최선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단 장기 · 분산 투자 원칙을 철저히 지킨다는 전제 아래서다. '투자 귀재' 워런 버핏도 "10년 이상 보유하지 않으려면 단 10분도 보유하지 말라"고 강조했다.

장기 · 분산 투자의 위력은 실제 수익률로 확인된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였던 2007년 10월 가입한 적립식 펀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한때 반토막 나기도 했지만 지난 1년 반 동안 정기예금의 3~4배에 달하는 고수익을 올렸다.

기간을 넓혀 보면 펀드를 장기간 묻어둘 때 더욱 빛이 난다. 최근 5년간 순자산 1000억원 이상인 48개 국내 주식형 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17.2%였다. '불패 신화'를 이어온 서울 강남 아파트(압구정동 한양1차 122㎡)의 같은 기간 가격 상승률(87.8%)보다 30%포인트가량 높다. 펀드를 바라보는 시각을 단기 고수익 상품이 아닌 노후를 위한 장기 저축 수단으로 교정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한국 펀드 시장은 다음 달 40주년을 앞두고 중대 기로에 서 있다. 증시는 오름세인데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지난달 이후 7조원이 빠져 나갔다. 반면 외국인은 펀드 환매를 반기듯 이 기간 중 9조원 넘게 순매수했다. 이래서는 또 백전백패다.

한국경제신문은 '한국 펀드 40주년'을 맞아 장기 · 분산 투자를 정착시키기 위해 '펀드로 저축합시다(Save in Fund)' 연중 캠페인을 전개한다.

황건호 금융투자협회장은 "6년 전 '주식으로 저축하기' 운동에 이어 자본시장의 질적 성장을 위해 장기 · 분산 투자 활성화에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