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VE in FUND] 국내주식형, 9년 수익률 240% 넘어…정기예금의 5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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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로 저축합시다 1부 (1) 묻지마 환매에는 미래가 없다
경기 고양시에 사는 농산물 도매업자 홍성호씨(45)는 2001년 7월 미래에셋디스커버리 출시 초기 가입자다. 코스피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찍은 2007년 11월 초에는 이 펀드의 누적 수익률이 900%를 넘었다. 2003년 카드채 사태,2004년 차이나 쇼크를 겪으면서도 환매하지 않고 꿋꿋이 버틴 덕이다. 5000만원이던 홍씨의 원금은 5억원까지 불어났다.
초기 수만명의 가입자 중 30명 정도만 이 같은 장기 투자의 '과실'을 챙기는 행운을 누렸다. 하지만 2008년 9월 '100년 만의 위기'라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공포 앞에선 홍씨도 두손을 들었다. 5억원이 넘던 평가액은 어느새 2억5000만원으로 반토막 났다. 작년 3월 증시가 반등하는 시점에 평가액이 2억8000만원으로 다소 회복되자 그는 바로 환매했다.
요즘 홍씨는 속이 이만저만 쓰린 게 아니다. 그냥 참고 버텼더라면 투자액은 4억2000만원으로 불어났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년 환매액 중 8000만원을 떼어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지만 1년 동안 코스피지수는 40% 올랐는데 원금의 20%를 까먹었다.
최근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1년간 40% 넘게 올랐는데 얼마나 더 오르겠나' 하는 불안감이 투자자들 심리 저변에 깔려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기업 실적이나 현재 주가 수준에 비춰볼 때 조기 환매는 신중치 못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장기 · 분산투자만이 초저금리 시대에 노후를 대비하고 목돈을 마련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데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3월 이후 주식형 환매 7조원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주식형펀드에선 지난달 이후 6조6700억원이 순유출됐다. 환매된 자금은 초단기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와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옮겨 대기 중이다. 개인 MMF 잔액은 3월 초보다 8400억원 증가했고 CMA도 2조6000억원 늘어 사상 최대(40조3600억원) 수준이다.
일부 자금은 증권사 위탁계좌나 자문형랩으로 흘러들어 주식 직접투자에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주식 매수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은 3월 초보다 1조6000억원 급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고통을 실감한 은행권 펀드 투자자들은 환매 후 특판 정기예금으로 옮겨갔다. 배성진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주식 직접투자는 간접상품인 펀드보다 더 위험할 수 있고 은행 정기예금은 자칫 물가상승률도 제대로 못 따라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달부터 이달 13일까지 유가증권시장 내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수익을 낸 종목은 3개뿐이다. 개미군단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은 500선을 오락가락하며 상위 10개 중 단 1개만 올랐다. 김철배 금융투자협회 집합투자서비스본부장은 "전문성과 정보력에서 뒤지는 개인이 외국인,기관에 맞서 수익을 내는 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산 중 최고수익은 주식형펀드
국내 주식형펀드는 지난 9년간 주요 투자자산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2001년 7월 설정된 미래에셋디스커버리는 설정 후 수익률이 750%가 넘는다. 연평균 90% 이상이다. 이 펀드에 매월 적립식으로 넣은 투자자도 190%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반면 이 기간 은행 정기예금이나 채권 투자 수익률은 각각 55.6%,67.3%에 머물렀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를 기준으로 2001년 7월 서울 아파트를 매입해 보유했을 경우 수익률은 98.3%다. 서울에서 가장 잘나가는 강남 아파트(압구정 한양1차 122㎡)에 투자했다면 263.4%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이 역시 펀드가 2.8배 높다.
2001년 출시된 설정액 1000억원 이상 펀드들의 9년 동안 누적 수익률은 최소 240%를 넘는다. 프랭클린템플턴그로스2가 340%,삼성인덱스프리미엄은 320%에 이른다. 1999년 '바이 코리아' 열풍을 이끈 현대투신(현 푸르덴셜자산운용)의 나폴레옹정통액티브1C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등 3~4차례 큰 위기를 겪고도 11년간 340%대 수익을 내고 있다.
◆고수익은 장기 투자의 결과물
이 같은 고수익은 섣불리 돈을 빼지 않고 꾸준히 투자한 사람들의 얘기다. 홍씨처럼 중간에 투자를 멈춘 이들에겐 그저 '이론'일 뿐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2007년만 해도 초기(2001년) 가입자 중 30명이 디스커버리펀드를 유지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남은 투자자는 10명 미만"이라고 말했다.
펀드 투자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주가 바닥에 들어가 고점에 털고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바닥은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다. 시황 전망만 잘하면 시장 하락 위험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제론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잠시 증시를 떠났다가 시장이 급등할 때 들어갈 기회를 못 잡아 큰 수익을 놓치는 경우가 다반사란 얘기다. 우재룡 동양종금증권 투자컨설팅연구소장은 "환매 후 증시를 예측해 재가입하려 하면 이미 올라버려 또다시 고점에 들어가는 우를 범할 수 있다"며 "장기 투자는 단기간에 나타나는 시장 변동 위험을 크게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5년,10년을 놓고 볼 때 주식만한 자산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소장은 "초저금리,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장수 리스크'가 다가오고 있다"며 "펀드 투자는 수명 100세 시대의 노후 대비인 만큼 20~30년 장기 투자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
초기 수만명의 가입자 중 30명 정도만 이 같은 장기 투자의 '과실'을 챙기는 행운을 누렸다. 하지만 2008년 9월 '100년 만의 위기'라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공포 앞에선 홍씨도 두손을 들었다. 5억원이 넘던 평가액은 어느새 2억5000만원으로 반토막 났다. 작년 3월 증시가 반등하는 시점에 평가액이 2억8000만원으로 다소 회복되자 그는 바로 환매했다.
요즘 홍씨는 속이 이만저만 쓰린 게 아니다. 그냥 참고 버텼더라면 투자액은 4억2000만원으로 불어났을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작년 환매액 중 8000만원을 떼어 주식 투자에 뛰어들었지만 1년 동안 코스피지수는 40% 올랐는데 원금의 20%를 까먹었다.
최근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1년간 40% 넘게 올랐는데 얼마나 더 오르겠나' 하는 불안감이 투자자들 심리 저변에 깔려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기업 실적이나 현재 주가 수준에 비춰볼 때 조기 환매는 신중치 못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장기 · 분산투자만이 초저금리 시대에 노후를 대비하고 목돈을 마련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데 이견이 없기 때문이다.
◆3월 이후 주식형 환매 7조원
1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주식형펀드에선 지난달 이후 6조6700억원이 순유출됐다. 환매된 자금은 초단기 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와 종합자산관리계좌(CMA)로 옮겨 대기 중이다. 개인 MMF 잔액은 3월 초보다 8400억원 증가했고 CMA도 2조6000억원 늘어 사상 최대(40조3600억원) 수준이다.
일부 자금은 증권사 위탁계좌나 자문형랩으로 흘러들어 주식 직접투자에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주식 매수 대기자금인 고객예탁금은 3월 초보다 1조6000억원 급증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 고통을 실감한 은행권 펀드 투자자들은 환매 후 특판 정기예금으로 옮겨갔다. 배성진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주식 직접투자는 간접상품인 펀드보다 더 위험할 수 있고 은행 정기예금은 자칫 물가상승률도 제대로 못 따라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달부터 이달 13일까지 유가증권시장 내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종목 중 수익을 낸 종목은 3개뿐이다. 개미군단 비중이 높은 코스닥시장은 500선을 오락가락하며 상위 10개 중 단 1개만 올랐다. 김철배 금융투자협회 집합투자서비스본부장은 "전문성과 정보력에서 뒤지는 개인이 외국인,기관에 맞서 수익을 내는 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산 중 최고수익은 주식형펀드
국내 주식형펀드는 지난 9년간 주요 투자자산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 2001년 7월 설정된 미래에셋디스커버리는 설정 후 수익률이 750%가 넘는다. 연평균 90% 이상이다. 이 펀드에 매월 적립식으로 넣은 투자자도 190%의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반면 이 기간 은행 정기예금이나 채권 투자 수익률은 각각 55.6%,67.3%에 머물렀다. 부동산도 마찬가지다. 국민은행 주택가격지수를 기준으로 2001년 7월 서울 아파트를 매입해 보유했을 경우 수익률은 98.3%다. 서울에서 가장 잘나가는 강남 아파트(압구정 한양1차 122㎡)에 투자했다면 263.4%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지만 이 역시 펀드가 2.8배 높다.
2001년 출시된 설정액 1000억원 이상 펀드들의 9년 동안 누적 수익률은 최소 240%를 넘는다. 프랭클린템플턴그로스2가 340%,삼성인덱스프리미엄은 320%에 이른다. 1999년 '바이 코리아' 열풍을 이끈 현대투신(현 푸르덴셜자산운용)의 나폴레옹정통액티브1C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등 3~4차례 큰 위기를 겪고도 11년간 340%대 수익을 내고 있다.
◆고수익은 장기 투자의 결과물
이 같은 고수익은 섣불리 돈을 빼지 않고 꾸준히 투자한 사람들의 얘기다. 홍씨처럼 중간에 투자를 멈춘 이들에겐 그저 '이론'일 뿐이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2007년만 해도 초기(2001년) 가입자 중 30명이 디스커버리펀드를 유지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남은 투자자는 10명 미만"이라고 말했다.
펀드 투자에서 최상의 시나리오는 주가 바닥에 들어가 고점에 털고 나오는 것이다. 하지만 바닥은 지나고 나서야 알 수 있다. 시황 전망만 잘하면 시장 하락 위험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실제론 불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잠시 증시를 떠났다가 시장이 급등할 때 들어갈 기회를 못 잡아 큰 수익을 놓치는 경우가 다반사란 얘기다. 우재룡 동양종금증권 투자컨설팅연구소장은 "환매 후 증시를 예측해 재가입하려 하면 이미 올라버려 또다시 고점에 들어가는 우를 범할 수 있다"며 "장기 투자는 단기간에 나타나는 시장 변동 위험을 크게 줄여준다"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초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5년,10년을 놓고 볼 때 주식만한 자산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소장은 "초저금리,초고령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우리나라에도 '장수 리스크'가 다가오고 있다"며 "펀드 투자는 수명 100세 시대의 노후 대비인 만큼 20~30년 장기 투자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