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설계는 크게 4단계로 나뉜다. 영업설계(기본설계라고도 불림)가 첫 시작이고,초기설계,상세설계,생산설계 등으로 이어진다. 영업설계 단계에서 조선 회사는 선주의 모든 요구를 담아야 한다. 나머지 설계는 선주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기술적인 단계들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약 2000명의 엔지니어들이 설계를 담당하고 있다.

영업설계 엔지니어들이 맨 먼저 해야 할 일은 배의 기본 제원을 결정하는 것이다. 선주가 원하는 흘수 및 화물 용량 등이 이때 정해진다. 보통 유사 실적선을 활용하는데 맞춤 양복을 만들 때 미리 만들어진 견본품을 보여주는 것과 같다. 하지만 선주가 완전히 새로운 컨셉트의 배를 원할 때도 있게 마련이다. 영업설계 엔지니어들에게 창의적인 설계 마인드가 필요한 이유다.

기본 제원이 결정되면 선박을 추진하는 메인 엔진을 결정한다. 선주가 원하는 운항 컨셉트,보증 속력,항해 일수,연료 효율 등을 감안해 영업설계사들이 선주에게 제안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기술적인 측면에서 모든 검토가 완료됐다면 검토된 사양에 맞게 가격을 정하는 일이 남는다. 선주들도 일반 소비자와 마찬가지로 최대한 값을 낮추길 원하는데 이때 협상력이 아주 중요하다. 영업설계팀의 임무가 끝나면 최종 정리된 설계도를 만든다. 이를 초기설계라고 부른다. 선박 계약이 완료되면 초기설계를 좀 더 세분화시켜 상세설계도를 그리고,생산 과정을 감안해 최종적으로 생산설계도를 완성한다.

대우조선해양을 예로 들면 상선의 경우 연간 약 200건 이상의 초기 견적설계를 작성한다. 그 중 계약단계까지 이르게 되는 것은 수십 건에 불과하다.

한국 조선산업의 설계 엔지니어들은 전 세계적으로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 자체 설계 능력을 갖춘 조선사들이 한국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억대 연봉을 넘는 이들도 숱하다. 중국 조선소들의 집중 영입 대상이 될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