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경제가 다시 성장엔진을 가동했다. 인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의 올해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거의 회복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런 조짐은 1분기 실적에 이미 반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에 대한 통화 절상과 금리 인상 등의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들 국가의 경기 회복세는 미국과 중국의 소비에 힘입은 것이지만 내수시장 성장도 뒷받침되고 있어 적어도 2년 정도는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이종화 아시아개발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분석대로라면 출구전략도 멀지 않았다.

◆고공행진하는 아시아 국가 성장세

싱가포르는 지난 14일 조만간 자국 통화가치를 절상하겠다고 밝혔다. 환율 정책 밴드를 조정해 달러 대비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싱가포르가 통화 절상에 나선 것은 성장률이 예상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동기 대비 13.1% 성장했다. 지난해 1분기에 글로벌 금융위기로 마이너스 성장을 한 기저효과를 감안한다 해도 경기 회복에 뚜렷한 가속도가 붙고 있다. 싱가포르 정부는 올해 물가상승률 목표치도 당초 2.5%에서 3.5%로 높이고,GDP성장률 전망치는 7%에서 9%로 상향 조정했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도 유사한 흐름세다. 인도는 내년 3월에 끝나는 2010 회계연도에 8.75%의 성장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조업 경기동향을 보여주는 PMI(구매관리자지수)는 지난달 57.8로 12개월 연속 기준점(50)을 웃돌고 있다.

인도네시아도 올해 5.7%의 GDP 성장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금융위기 이전의 6% 초반대 성장에는 못 미치지만 지난해 4.9%에 비하면 뚜렷한 회복세다. 하타 라자사 인도네시아 경제장관은 15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올해 국내 소비와 투자 증가로 GDP가 5.7%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투자신용등급 조정도 기대한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증시는 경기 회복 기대감에 올 들어 14% 올랐다.

장기침체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 경제도 조금씩 꿈틀거리고 있다. 최근 HSBC는 일본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1%에서 1.7%로 상향 조정했다. 일본의 경기 회복을 가로막아왔던 엔화강세 현상이 둔화되면서 수출 증가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것이 주된 이유다. 시라카와 마사아키 일본은행 총재도 "지금 경기는 상당 부분 예상치를 상회하고 있다"며 "해외 경제개선 효과로 일본 경제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환율 절상 · 금리 인상 시기 주목

AP통신은 "아시아 시장의 고성장은 미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인도네시아 인도 등 일부 국가의 내수가 호조세를 보이는 것도 원인으로 지적했다.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경우 중국의 고성장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의 통화 절상론이 나오고 있다. 버나드 융 호주 중앙은행(NAB) 환율 담당자는 "싱가포르의 통화절상 결정은 한국 원화와 말레이시아 링깃,인도 루피,대만 달러 등의 평가절상 가능성을 한층 올려놨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아시아 국가들은 중국과의 수출 경쟁력 약화 등을 우려해 긴축정책을 쓰는 것을 주저해왔다. 금리를 올리면 자국 화폐 가치가 올라가면서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이 조만간 위안화 가치를 올릴 경우 이들 국가도 긴축정책을 보다 쉽게 채택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호주와 인도 등은 이미 금리 인상에 돌입한 상태다.

이와 관련,김일규 대우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국가들의 내수경기가 회복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본궤도에 오른 것은 아니다"며 "금리를 올려 내수경기를 죽이는 것보다는 통화 절상으로 내수를 부양하는 것이 세계 경제의 동시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태완/강경민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