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들이 중소기업에 대출할 때 재무적 지표가 아니라 시장 평판 등 비재무적 지표에 의존하는 '관계금융(relationship banking)'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5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은행연합회와 중국은행협회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이 후원한 '한 · 중 은행산업 발전 포럼'에서 "은행들이 대기업과 주거래관계를 맺어 왔는데 이런 관계금융이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감시하는 새로운 관계금융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출 위주의 간접금융 형태도 성공보수형 금리조건부 대출이나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인수 등 직접금융 수단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며 "기업구매자금 대출 등 네트워크 금융도 중소 · 중견기업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측 발표자들은 중국에서도 중소기업의 중요성에 비해 중소기업 금융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중소기업 금융이 주된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중국 중소기업은 전체 기업 수의 98%,국내총생산(GDP)의 60%,수출입의 70%,세금수입의 50%,지방도시 취업의 80%를 담당하고 있다. 기술혁신과 신제품 개발도 각각 78%,82%를 차지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이 같은 역할에도 불구하고 중국도 대형은행 중심의 금융시스템 때문에 중소기업들이 대출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입 디키(葉 Dicky) 중국 교통은행 부행장은 "중소기업 대출심사에서 재무요소 비중을 낮추고 비재무적 요소와 행위요소 평점 비율을 70%로 상향 조정했다"며 "재무제도가 갖춰지지 않고 신용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관계금융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통은행은 중소기업 금융서비스 전문 브랜드인 '전업통(展業通)'을 2006년 출시해 연평균 대출증가율이 50% 이상에 달하고 있다. 또 은행 안에 200여개의 소기업 전담기구를 설립해 중소기업 대출을 전담시키고 있다.

전체대출 중 중소기업 대출이 4분의 1을 차지하는 베이징은행은 기업 현금흐름 등 재무정보가 아닌 비재무적 요소를 강조하면서 '작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지침을 지키고 있다. 리전시 보상(包商)은행 이사는 '상환하지 않는 고객은 없다,제대로 하지 못하는 은행만 있을 뿐이다'라는 은행 문화를 소개한 뒤 "대출액 100만위안(약 1억6000만원) 이하 영세기업과 대출액 100만~500만위안의 소기업에 대출하는 조직을 각각 따로 두는 등 고객을 세분화해 전문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현철 신한은행 여신기획부 부부장은 경영컨설팅을 결합한 '기업성공프로그램'을,이정윤 기업은행 경제연구소 팀장은 19등급으로 세분화한 중소기업 신용평가 모델을 소개했다.

정재형 기자 j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