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가 2년 9개월 만에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함에 따라 국내 증시가 추가 상승이 가능한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일단 긍정적 평가를 내놓고 있다. 외채 조달 금리가 낮아지고 중장기적으로는 국가와 기업 브랜드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한국 증시의 매력이 커지는 것이다. ◇ 코스피 1900선 돌파도 가능 무디스가 우리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을 1998년 이후 최고인 A1으로 올림에 따라 1730선에서 세차례 저항을 받았던 코스피 지수는 강력한 상승 모멘텀이 형성되며 기술적으로 1900선 돌파도 가능한 상황이다. 윤선일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기술적으로 보면 1500~1700선에서 박스권을 넘어설 경우 비슷한 수준의 상승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박스권 상단이 1900선까지는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대형주 위주의 강세로 거래량보다 거래대금이 크게 늘어나면서 지수가 올랐기 때문에 상승탄력은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심재엽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피치가 1996~1997년 11월까지 AA-였지만 지금은 이보다 한단계 낮은 A+를 유지하고 있고, S&P 역시 외환위기 이전보다 낮은 A를 유지하고 있다"며 "여타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을 고려한다면 한국 증시만이 갖는 모멘텀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스피지수가 1.45% 급등한 1735.33에 마감하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한 것도 신용등급 상향 효과가 작용했다.미국 인텔의 실적호조로 1730선에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갔지만 장 막판 신용등급 상향 소식이 알려지며 전고점을 넘어선 것이다. 연중 최고치를 경신한 코스피 지수는 개선된 수급환경과 추가 모멘텀에 대한 기대로 추가 상승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 외국인 매수세 지속 가능성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부 유럽 국가의 신용등급 하향 얘기가 나오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한국 기업과 시장의 건실함을 드러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상재 현대증권 연구원도 "국제 투자자금의 국내 증시 유입이 지속될 가능성이 커졌다"고 내다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도 "이번 신용등급 상향조정으로 국내 경기나 재정 건전성 등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게 되면서 자금 유입이 원활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신용등급 상향조정으로 원·달러 환율의 추가 하락도 가능해진 만큼 외국인들의 추가 매수 기대가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동부증권은 국가 신용등급이 조정되는 경우 1~2개월 이전부터 외국인 매수가 유입됐고 지수도 상승했다. 2000년 이후 등급이 올라간 뒤 두 달간 지수 상승률은 평균 16.4%에 달했다. 지난달부터 외국인의 공격적인 매수와 코스피 지수 상승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으로 인해 시장의 신뢰성이 보다 높아지게 된 만큼 외국인의 추가 매수세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 호재성 재료 선반영.."등급 상향은 뒷북 조정" 그러나 신용등급 상향 재료를 과대 해석하는 것은 주의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용등급 조정은 경기에 후행해 이뤄지지만, 주가는 미래를 선반영한다. 또 최근 이어진 외국인 매수기조는 국내 기업의 실적개선과 MSCI선진지수 편입 기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종우 HMC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신용등급이 투기에서 투자로 높아진 게 아니라 높은 수준에서 더 높은 수준으로 상향된 것이기에 직접적으로 대형 호재가 된다고 보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기대했던 재료가 현실화되면서 오히려 주가가 떨어지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외국인 매수에 신용등급 기대감이 반영됐다면, 등급 상향 발표는 오히려 매수세를 둔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무디스가 주요 국가의 신용등급을 조정하는 것을 보면 후행적인 부분이 있다"며 "증시는 선행시장인데다 외국인 등 주요 투자자들은 이미 신용평가사의 평가 이상으로 국내에 투자했다"고 지적했다. 장화탁 동부증권 연구원은 "데이터로만 보면 신용등급 상향 이전에는 외국인이 순매수에 나섰지만, 등급이 상향된 이후에는 추가로 매수한 적도 있고 매수세가 주춤해진 적도 있었다"며 외국인 매매 흐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에는 MSCI 이슈 등이 있기때문에 외국인 매수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희건기자 hgcha@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