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W의 눈] 브라질 고속철 수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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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안태훈 기자) 브라질 정부가 발주한 총 200억 달러(약 23조)짜리 고속철도 공사.
이를 따내기 위한 세계 철도강국들의 공세가 뜨겁다.
브라질은 리오~상파울루~캄피나스 510㎞을 잇는 고속철도 사업을 전세계를 상대로 발주했다.
관심있는 국가들은 컨소시엄을 구성해 오는 5월까지 제안서를 제출해야 한다.
우선협상대상자는 이르면 오는 6월, 최종 수주는 연말쯤 결정될 전망이다.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 개최를 앞둔 브라질은 적어도 올림픽이 열리기 전에 고속철도 공사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게다가 브라질 정부는 이번 고속철도 개통 이후 남부 파라나부 쿠리티바, 미나스 제라이스, 벨로 오리존테 등 2~3개 시를 연결하는 고속철도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수주는 브라질 고속철도 사업의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고속철도 해외진출을 노리는 여러 국가들이 이번 수주를 따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움직임이 돋보인다.
비록 고속철도는 아니지만 브라질 사업의 최대 경쟁국 중 하나인 중국에서 잇따라 사업을 따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이사장 조현용)은 "중국철도 합복선 제4공구와 21개 노선을 5개 구간으로 통합발주한 사업의 1, 3구간 등 총3건, 7개 노선의 시공감리·기술자문사업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합복선은 중국 복건성에서 강서성을 잇는 총연장 465km로 총 5개 공구로 분할 발주했으며 철도공단이 따낸 제4공구는 111km로 가장 길다.
철도공단의 이번 수주는 2005년 수투선(수녕~중경) 시험선구간 감리용역과 2006년 무광선(무한~광주) 감리용역, 2008년 하다선(하얼빈~대련) 엔지니어링 컨설팅용역에 이어 중국에서 거둔 4번째 성과이다.
류승균 철도공단 신성장사업단장은 "무광선 감리용역 당시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등 쟁쟁한 철도선진국을 제치고 감리용역 평가 1위를 차지하는 등 광활한 중국철도시장에서 한국철도의 위상을 드높여 왔다"며 "이번 3건의 수주는 기술력을 다시 한 번 검증받았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철도공단은 지난 2004년 세계시장 진출 계획을 갖고, 중국 북경에 지사를 설립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철도시장 진출을 모색해왔다.
이 같은 노력으로 중국 철도시장 진출은 물론 2009년 카메룬 국가철도 마스터플랜 수립 용역 수주, 방글라데시 철도타당성 조사·기술자문·직원초청연수 사업 수주 등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올해는 2천억달러에 달하는 해외철도건설사업을 신성장 동력사업으로 정했고 오는 6월 입찰 예정인 브라질 고속철도사업 수주를 위해 4년 전부터 기술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브라질 현지에 주재원 1인을 파견하였을 뿐 아니라, 브라질고속철도사업단에 팀장급 3명을 포함한 기술진 14명을 파견해 입찰 제안서작성을 주도하는 등 국내 컨소시엄을 이끌어가고 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은 한국경제TV와의 새해특집 인터뷰에서 "올해는 고속철도 수출이 상당히 중요한 이슈가 될 수 있는 해이기 때문에 그동안 쌓아온 고속철도 경험을 토대로 (브라질 등) 철도수출에 본격적으로 노력하겠다"며 고속철도 수출을 자신하기도 했다.
허준영 코레일 사장도 최근 취임 1주년 간담회에서 "아직 속단하긴 이르지만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해 희망적인 뜻을 내비쳤다.
업계 역시 한국은 최근 순수 우리기술로 만든 'KTX-Ⅱ 산천'을 상용화 한 만큼 차량기술, IT를 접목한 철도유지 기술, 기술이전의 메리트 등을 내세우면 이번 수주 전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프랑스와 일본에 비해 기술이전도 비교적 쉽고, 단가도 비싸지 않아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브라질 육상교통국(ANTT)의 베르나르도 피케이로 국장이 "한국 컨소시엄은 입찰에 참여한 6개 국가 가운데 기술적으로 가장 근접해 있으며 계약 조건상으로도 그렇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외 정황을 살펴보면 현재 우리나라의 수주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기엔 이르다.
중국과 일본의 공세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는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말외교정치로 원전 수주를 도왔던 것처럼 브라질 철도 수주전에 뛰어드는 기업들에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있다.
업계에선 신칸센을 만든 일본의 경우 고속철도 기술력이 최고 수준일 뿐만 아니라 브라질과의 관계도 돈독해 수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한다.
중국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광둥성 광저우~후베이성 우한 등 총 6442㎞로 세계 최장거리 고속철도 운영 국가로 이름을 올린 중국은 고속철도 사업의 해외진출까지 노리고 있다.
허 화우 중국 철도부 총공정사는 최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은 고속철도 건설, 운영, 관리 등에서 뛰어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독자적인 고속철도 기술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록 중국은 아직 국내기술을 이용해 상용화한 철도가 없어 기술 수준에서 브라질 당국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하지만 저 단가와 국책 은행들의 자본 지원 등의 조건이 좋아 결고 간과할 수 없는 대상이다.
TGV 등으로 이미 세계에서 고속철도 기술을 인정 받고 있는 프랑스도 무시할 수 없다.
이번 브라질 고속철을 수주한다면 규모 면에서나 첫 수출이라는 의미, 향후 시장 확보 등의 측면에서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낳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이번 브라질 수주를 통해 돈을 벌겠다는 목표보다는 한국이 세계 최고의 철도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세계에 보여주는 계기로 삼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안태훈기자 than@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