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는 자동차의 주행성능에 큰 영향을 미친다. 마라토너가 어떤 러닝화를 신느냐에 따라 기록이 달라지듯,자동차도 어떤 타이어를 장착했느냐에 따라 성능의 차이가 생긴다. 타이어의 영향은 연비효율에서 승차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특히 갑작스레 차를 세우거나 방향을 틀어 충돌을 피해야 하는 결정적인 순간에는 운전자와 보행자의 생명을 좌우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아찔한 순간을 경험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타이어의 성능이 안전을 좌우한다는 인식을 쉽게 갖기 힘든 이유다.

미쉐린 타이어가 지난달 24일 태국 방콕 인근 캥 크라찬 서킷에서 진행한 타이어 비교평가 시승회는 일상 주행을 통해선 알기 힘든 타이어의 성능 차이를 확실히 알아볼 수 있는 기회였다.

미쉐린은 최근 출시한 고성능 타이어 '파일롯 스포츠3'의 특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파일롯 스포츠3는 2006년 부가티 '베이론'의 세계 최고 기록(400㎞/h) 달성에 쓰인 '파일롯 스포츠2'의 후속 모델이다.

가격을 크게 낮췄지만 연비효율과 조향성능,접지력 등이 오히려 향상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쉐린 측은 비교 대상으로 요코하마의 'S-드라이브'를 준비했다.

레이싱 트랙에서의 급회전 등 난코스 공략은 물론 전 속력으로 달리다 급제동을 하거나 젖은 노면에서의 회전력 테스트 등을 통해 두 제품의 성능차이를 알리고자 했다. 시승차량으로는 BMW 325i와 도요타 코롤라 알티스가 나왔다. 타이어만 다를 뿐 완전히 동일한 차량이라고 주최 측은 설명했다.

먼저 코롤라를 타고 신호에 맞춰 제동페달을 끝까지 밟는 제동력 실험을 진행했다. 시속 80~90㎞ 정도의 속도로 달리다 물을 뿌려 흠뻑 젖은 상태의 제동구간에 들어섰다. 그러자 대기하고 있던 안내요원이 빨간 깃발을 치켜들었다. 멈추라는 신호다. 이에 맞춰 제동페달을 힘껏 밟았다. 이내 몸이 앞으로 튕겨나가는 충격과 함께 잠김방지 제동장치(ABS)가 작동하며 차가 멈췄다.

다른 타이어를 쓴 2대의 차를 번갈아 타며 이 코스를 지난 후 제동거리를 비교해 봤다. 미쉐린 제품을 쓴 차의 제동거리는 24.8m,요코하마 제품을 쓴 차는 이보다 2m 이상 긴 26.9m에 이르러서야 멈췄다.

미쉐린 측은 더욱 정확한 성능차이를 알기 위해 총 4일간의 행사에 참가한 각국 기자 160여 명의 기록을 바탕으로 평균치를 냈다. 두 타이어간 제동거리 차이의 평균치는 약 2.5m에 달했다.

다음은 급회전 코스.BMW를 타고 S자로 휘어진 내리막 코스와 180도에 이르는 U턴 코스를 브레이크 없이 공략하는 구간이다. 급격한 회전구간에서 차량 자체의 제동성능과 상관없이 타이어가 노면에 얼마나 잘 달라붙느냐를 평가하기 위해 준비됐다.

수치상의 차이를 비교할 수는 없었지만 체감상으로는 미쉐린 제품이 훨씬 덜 미끄러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후 타국 기자들이 코스를 공략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비교대상 제품을 장착한 차를 몰던 일부 운전자는 정해진 코스 밖으로 이탈해 벽에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반면 미쉐린타이어를 장착한 차량은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한 번도 없었다. 어떤 제품이든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것처럼 보였던 타이어의 중요성을 실감할 수 있었다.

티에리 러드로프 미쉐린 동남아 · 오세아니아지역 담당 이사는 "파일롯 스포츠3는 기존 제품과 달리 소형차에서부터 스포츠카까지 모든 차종에 부담없는 가격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게 특징"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고성능 타이어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성능은 유지하면서도 가격을 낮춘 모델을 선보이게 됐다"고 개발 배경을 전했다.

방콕(태국)=이진석 한경닷컴 기자 ge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