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억짜리 '마이바흐' 일찌감치 팔려나가 눈길

한국에서 수억원대 고급차량을 구입할 계획이 있는 소비자라면 최근 들어 부쩍 넓어진 선택의 폭 가운데서 고민하게 될 전망이다. 13일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한국 시장에서는 현재 그 어느 때보다 다양한 고가의 모델들이 판매되고 있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가 최근 발표한 1분기 수입차 등록자료에 따르면 '세계 3대 고급차'로 분류되는 롤스로이스, 벤틀리, 마이바흐는 한국 시장에서 올 들어 3월까지 최소 26대 이상이 팔린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차량은 판매가격이 최저 3억원을 웃돈다. 대기업 임원이나 고소득 사업자, 연예인 등이 주된 소비자층이다.

이들 '3대 브랜드' 중에서도 독일 폭스바겐 그룹의 고급차 브랜드 '벤틀리'는 두드러지게 많은 판매량을 보이고 있다. 벤틀리코리아가 1월 선보인 3억7500만원짜리 슈퍼카 '컨티넨탈 슈퍼스포츠'의 경우 출시 이전부터 5대가 미리 예약됐다. 벤틀리는 이 차를 올해 총 20대 가량 판매할 계획이다. 이르면 이달 중에는 이 회사의 최고급 모델인 '뮬샌느'도 들여올 예정이다.

'이건희 차'로 유명한 마이바흐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다. 1월 출시된 '마이바흐 62 제플린'은 무려 8억원에 달하는 가격임에도 국내 수입물량이 일찌감치 전부 팔려나갔다. 전세계적으로 단 100대만이 한정 생산됐으며 한국 시장에는 3대가 들어왔다.

'고급차의 대명사'로 손꼽히는 롤스로이스는 2분기부터 본격적인 한국시장 공략에 나선다. 1월 한국에서 출시 전 공개행사를 갖고 예약을 받아 온 신차 '고스트'를 이달 말부터 국내 소비자들에게 인도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5대 가량이 계약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한국 시장 목표 판매량은 15~20대 수준이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의 의전차량으로 유명한 수제 슈퍼카업체 마세라티도 한국 공식 수입사인 FMK를 통해 다양한 차량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2억원대 스포츠세단 '콰트로포르테'를 출시한 데 이어 13일 2억원대 중반의 4인승 지붕개폐형(컨버터블) 스포츠카 '그란카브리오'를 선보였다. 출시 전부터 2대가 예약됐다. 수제작으로 생산돼 공급량이 적은 탓에 올해 6~7대 정도를 판매 목표로 잡았다는 게 수입사의 설명이다.

페라리도 함께 수입하는 FMK는 아울러 전세계 단 599대만이 생산되는 페라리의 고성능 스포츠카 '599 GTO'를 연내 들여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수억원대 수입차 시장에는 이밖에도 수입차시장 1, 2위를 다투는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2억원대의 스포츠카 'R8'을 선보인 아우디, 전통적인 독일 스포츠카 업체인 람보르기니와 포르쉐 등 다양한 업체들이 진출한 상태다.

이처럼 경쟁이 치열해지는 최고급차 시장을 두고 일부 업체가 기존에 선보였던 벤츠 'S클래스', BMW '7시리즈' 등의 1억원대 후반~2억원대 고급모델 대신, 수입량이 적은 모델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수입차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벤츠나 BMW의 최고급 모델에 관심을 갖던 소비자들이 차별화를 위해 고급차 브랜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며 "예전보다 훨씬 다양한 모델들이 한국 시장이 수입돼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에 비해 훌쩍 위상이 높아진 한국 고급차 시장의 입지도 한 몫 한다는 의견이다. 콜린 켈리 롤스로이스 아태지역 총괄 대표는 "전세계 여러 지역 중에서도 한국 고급차 시장은 매우 높은 성장 가능성을 갖고 있다"며 "한국 경제의 성장에 맞물려 지속적인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