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실종자 수색에 참여했다가 불의의 충돌사고로 침몰한 저인망 어선 금양 98호 문제가 관심권 밖으로 밀려나 방치되다시피한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지난 2일 침몰 사고로 선원 9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지 열흘이 넘었는데도 여러 문제 가운데 어느 것 하나 시원하게 풀리지 않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총리와 당 대표를 비롯한 정부·여당 고위 인사들이 너도나도 사후 수습에 한 치의 오차도 없도록 온갖 노력을 다하라고 목청을 높였지만, 구체적인 결과물은 아직 나온 게 없는 상황이다.

지난 9일에야 총리 주재로 관계장관 대책회의를 열어 침몰한 선체 인양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고, 중구난방으로 이뤄지던 사후 수습 과정의 부처 간 연락과 추진 현황을 점검하는 역할을 농림수산식품부가 맡기로 했다고 한다.

목숨을 걸고 의로운 일을 하다가 사고를 당한 어선과 선원들의 처지를 생각하면 분통이 터질 일이 아니겠는가.

정부와 관련 지자체·기관 등이 금양 98호 침몰사고가 난 후 처음으로 지난 11일과 12일 금양 98호 실종자 가족들과 잇따라 만나 요구 사항을 듣고, 사후 수습책도 협의했다고 한다.

장태평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11일 사망자 2명의 빈소를 방문하고 실종 선원 가족들을 만난 데 이어 사고수습대책본부를 찾아 "중앙부처에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사망·실종 선원 9명 중 5명이 주소를 둔 인천 중구청과 인천시 등 지자체와 해경, 수협 등 관계 기관은 12일 실종 선원 가족과 선박회사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실종 선원 가족들은 인터넷 검색 등 간접적인 경로 말고는 정확한 상황을 파악할 길이 없다며 사고 수습 현황에 대해 브리핑이라도 해달라고 하소연했다고 한다.

실종자 가족들이 얼마나 답답했겠는지 짐작이 되고도 남는다.

더욱이 금양 98호의 경우 어로작업을 하다가 사고가 난 것도 아니고, 당국의 협조 요청으로 천안함 실종자 수색에 참여했다가 귀환하던 중 참변을 당한 것이니 그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정부나 관계 기관들이 좀 더 서둘러 진지하게 문제 해결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뒤늦게나마 실종자 가족들의 애타는 심정을 잘 헤아려 후유증 없이 깔끔하게 문제를 해결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지금 정부가 시급히 지원에 나서야 할 문제는 선체 인양인 것으로 보인다.

금양 98호는 대청도 해역의 수심 70m 바닥에 반듯이 가라앉아 있는 모습이 확인된 상태다.

물살이 거세고 수심도 깊어 선체 인양에 고도의 기술이 필요한 탓에 정부가 인양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한다.

엄청난 비용이 드는 선체 인양을 선주 쪽에서 독자적으로 해주기를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는 잘한 일이다.

다음으로는 사망자와 실종자에 대한 보상과 예우에 온 정성을 쏟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사망·실종 선원들은 일 년에 열 달 이상을 거센 바닷바람에 시달리며 힘든 삶을 영위하면서도 천안함 참사 소식을 듣고 실종자 수색작업을 도우려 생업을 뒤로 미룬 채 현장에 달려갔다가 변을 당한 의로운 사람들이다.

대부분 연고가 없거나, 독신으로 살면서 오로지 고기잡이에 투신했던 외로운 사람들이기도 하다.

상응한 보상과 예우가 뒤따라야 마땅하다.

또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국가가 금양호 피해자들을 의사자로 지정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듯이 관련법규에 따른 의사자 지정 등이 차질없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어떤 것으로도 그들이 보여준 살신성인의 희생에 모두 보답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할 일은 해야 하지 않겠는가.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