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주로 알고 투자했는데, 정리매매해서 5원이라니 말이 됩니까?"

퇴출 칼바람을 맞은 코스닥 종목들이 상장폐지 수순을 밟으면서 개인투자자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시가총액 4000억원 규모의 네오세미테크의 상장 폐지를 눈앞에 두고 개인투자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13일 중앙바이오텍, 유퍼트, 모보, 코레스, 모젬, 에듀아크, 일공공일안경, 사이노젠 등 무려 8개사가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된다. 이들 종목은 전날까지 정리매매를 마쳤다.

쓰리디월드, 제넥셀, 에이스일렉, 테이크시스템 등 4개사는 상장폐지가 결정돼 현재 정리매매 절차를 밟고 있다. 네오세미테크, 아구스 등 20개사는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한 상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지난해 감사보고서에서 감사범위 제한으로 인한 의견거절을 받은 기업들이다. 감사범위 제한으로 인한 의견거절은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해도 통지를 받은 날부터 7일이내에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이의신청서를 접수한 후에는 상장위원의 판단에 따라 최종 상장 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상장위원회가 키를 움켜쥔 셈이다.

그렇다보니 상장 폐지 후보로 거론되는 기업들의 소액주주들은 한국거래소를 비롯해 각종 포털사이트에 '상장폐지를 막아달라'는 성토 글을 올리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회사의 성장성을 믿고 투자했는데 날벼락을 맞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이 중 시가총액 4000억원이 넘는 태양광 대장주인 네오세미테크의 소액주주들은 조직적인 활동에 나섰다. 네오세미테크의 지분 중 63%(한국거래소 집계)가 개인투자자의 지분이다. 약 2500억원이 넘는 개미들의 돈이 허공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게다가 코스닥 시장에서 자진 상장 폐지를 제외하고는 시가총액 4000억원에 달하는 기업의 상장 폐지는 유례 없는 일이어서 이번 사태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네오세미테크의 120명 소액주주들은 최근 모임을 갖고 보도자료를 배포하기도 했다. 자료에서 소액주주들은 "'감사의견 거절'을 낸 감사인이 감사현장에 한 번도 직접 참여한 사실이 없이 의견을 낸 것은 회계감사기준을 위반한 것"이라며 감사인의 의견거절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2일에는 네오세미테크의 주주들이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면담하기 위해 진입을 시도하다 몸싸움을 벌이는 등 상장폐지를 막기위해 온몸으로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네오세미테크 소액주주연대는 "현 법규대로라면 삼성전자에 대해 회계법인이 잘못된 감사의견 거절을 내놓고 잠적하더라도 상장폐지를 막을 수가 없는 상황 아니냐"며 "회계법인 감사인의 재감사 거부라는 사유 하나로 7000명의 소액주주가 눈물로 밤을 지새우고 있는 실정"이라고 호소했다.

네오세미테크를 포함한 18개사는 상장 폐지에 대한 이의신청을 하고 상장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지만, 회생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거래소 관계자는 "해당 기업들이 재감사 보고서를 제출하는지의 여부가 가장 중요한 관건"이라며 "그 밖의 서류들은 참고는 할 수 있지만, 재감사에서 감사의견을 받지 못하면 상장폐지에서 모면하기는 쉽지 않다"고 전했다.

한경닷컴 김다운 기자 kd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