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스는 올해도 상식을 뛰어넘는 '역발상 마케팅' 전략으로 눈길을 끌었다. 보통 골프대회의 타이틀 스폰서는 기업이 맡는다. 대회 상금과 경비를 대고 대회명 앞에 기업 브랜드를 노출하는 식이다. 그러나 마스터스는 74년째 한번도 기업의 이름을 대회명 앞에 허용하지 않았다. 개최지인 오거스타내셔널GC 어디에서도 기업 브랜드를 표시한 광고 입간판이나 현수막을 발견할 수 없다. AT&T,IBM 등 극소수의 후원 기업만이 코스 밖에서 제한적으로 기업 로고를 내걸 수 있을 뿐이다. 막대한 후원금을 얻어낼 수 있는 광고 보드판을 포기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TV 중계권료를 보면 더욱 기가 막힌다. 마스터스의 경우 1,2라운드는 최대 스포츠 채널인 ESPN,3~4라운드는 CBS가 각각 생중계한다. 그런데 시청률이 가장 높은 3,4라운드에 광고하는 기업이 3곳에 불과하다. 4시간 넘게 중계하는 동안 AT&T와 IBM,엑슨모빌만 간헐적으로 광고를 내보낸다. 그것도 마스터스 측의 요구로 1시간에 딱 4분,하루 16분을 넘길 수 없다.

미국 최고 스포츠 이벤트인 슈퍼볼의 광고는 무려 62개가 넘는다. CBS 자체 광고까지 포함하면 100여개에 달한다. 슈퍼볼 경기시간은 1시간이지만 작전타임,공수 교체 등의 이유로 보통 3~4시간 걸린다.

PGA투어와 별도로 중계권 협상을 하는 마스터스의 미국 내 중계권료는 300만달러에 불과하다. 장기 계약도 없고 1년 단위로 계약하는데 거의 CBS에 준다. 테니스대회인 US오픈의 광고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계약에 1억4500만달러인 것과 비교하면 거의 '껌값' 수준이다.

미국 주요 방송사들에 스포츠대회 중계권은 생명과도 같다. 중계권을 따내기 위해 어마어마한 돈을 베팅한다. 폭스채널은 미식축구 중계를 위해 2006년부터 2013년까지 8년간 57억6000만달러를 지불했다. ABC는 6년간 NBA 중계 조건으로 46억달러,CBS는 미국대학스포츠협회인 NCAA 경기를 11년간 독점하는 조건으로 60억달러를 썼다.

마스터스도 마음만 먹으면 중계권료로 최소 연간 1억달러 이상을 챙길 수 있다. 그러나 마스터스는 돈 대신 명예를 택했다. 중계권료를 낮게 책정해 입맛에 맞는 방송사를 선택하고,광고를 줄이면서 대회 권위를 높였다. 이런 '역발상 마케팅'으로 최고 대회의 명성을 지킨 것이다. 타이틀 스폰서,TV 중계권료 등 수억달러에 달하는 기회비용을 포기했지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마스터스만의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은 이 때문이다.

오거스타(미 조지아주)=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