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마스터스 골프대회] 환호와 탄식의 아멘코너…미켈슨 '이글이글' 27분 마법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골프 명인들 '막판 대혈전'
미켈슨 13번·14번홀 연속 이글
5타 줄여 단숨에 2위 치고 나가
미켈슨 13번·14번홀 연속 이글
5타 줄여 단숨에 2위 치고 나가
'아멘 코너'의 마지막인 13번홀(파5 · 510야드).필 미켈슨(39 · 미국)이 그린 170야드 지점에서 휘두른 두 번째 샷이 홀 뒤편 2m 지점에 멈춰섰다. 선수와 갤러리 모두 숨을 죽였다. 미켈슨은 침착하게 라인을 읽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잠시 후 볼을 정렬한 그가 스트로크한 퍼트가 홀로 빨려들었다. 이글을 낚는 순간이었다. 갤러리들의 함성이 오거스타를 뒤덮었다.
우즈를 따라다니던 갤러리들이 미켈슨 쪽으로 옮겨왔다. 다음 홀인 14번홀(파4 · 440야드).미켈슨의 두 번째 샷이 홀 뒤편 경사지를 맞고 각도를 바꿔 홀을 찾아들어갔다. 그림과 같은 이글샷이었다. 15번홀(파5 · 530야드)에서 친 세 번째 샷이 홀 30㎝에 붙어 아쉽기는 했지만,미켈슨은 아멘 코너 마지막홀에서 시작된 '믿기지 않는 27분' 동안 단숨에 선두로 치고 나갔다.
이번에도 마스터스 골프 토너먼트의 최대 격전지는 아멘 코너였다. 10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GC(파72)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아멘 코너의 세 홀을 잘 넘긴 선수들은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그러나 이곳에서 보기 등으로 발목이 잡힌 선수들은 어김없이 선두권에서 밀려났다.
3라운드 결과 리 웨스트우드(37 · 영국)는 1타차 선두(12언더파 204타)를 유지했고 '왼손잡이' 필 미켈슨이 바짝 쫓고 있다. 돌아온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5 · 미국)는 최경주(40)와 함께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3위를 지켰다. 초반 '노장 돌풍'의 주인공 프레드 커플스(51)는 선두와 5타차의 5위에 오르며 역대 최고령 챔피언에 도전할 발판을 놓았다.
◆선두권 희비 가른 아멘 코너
아멘 코너는 후반 11~13번 홀을 일컫는다. 홀 자체도 어렵거니와 개울이 흐르고 수시로 바람까지 불어 이 홀을 무사히 통과하면 '아멘' 소리가 나올 정도로 난코스다.
리 웨스트우드는 가장 짧은 파3인 12번홀에서 보기를 범해 한 때 선두 자리를 미켈슨에게 내줬다. 하지만 15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으며 다시 선두로 올라섰다.
아멘 코너에서 2언더파를 솎아낸 선수는 미켈슨과 최경주다. 미켈슨은 이날 13번홀 이글로 기염을 토한 뒤 14번홀(파4)에서도 이글을 잡으며 2위로 솟구쳤다.
최경주는 후반에 스코어를 줄였다. 10번홀까지 1오버파를 기록하던 최경주는 아멘 코너 시작홀인 11번홀(파4 · 505야드)에서 티샷이 나무를 맞는 위기를 맞았으나 약 8m 거리의 파퍼트를 성공하며 전환점을 마련했다. 계기를 마련한 최경주는 12번홀(파3)에서 6m 거리의 버디 퍼트 성공에 이어 파5인 13,15번홀에서 잇따라 버디를 잡으며 선두권을 유지했다.
우즈는 1언더파를 기록하며 3위를 유지했다. 반면 이안 폴터(영국)는 세 홀에서 2오버파로 무너지며 선두권에서 미끄럼을 탔다. 커플스,앤서니 김,양용은은 아멘 코너를 이븐파로 통과하며 순위를 지켰다.
티끌만큼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 아멘 코너는 최종 라운드에서도 선수들의 희비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우즈와 최경주도 우승 도전
우즈의 출발도 좋았다. 1번홀(파4 · 445야드)에서 약 8m 거리의 버디 퍼트가 홀 가장자리에 잠시 멈추는 듯하다가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날 첫 버디가 어렵사리 들어가자 우즈는 주먹을 쥔 채 펌프동작을 했다. 이 동작은 약 8m 내리막 버디 퍼트가 들어간 3번홀(파4 · 350야드)에서 또 한 번 나왔다.
이 때까지만도 우즈가 선두권으로 급부상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우즈의 기세는 잇단 3퍼트로 꺾이고 말았다. 6번홀(파3 · 180야드)에서는 약 20m 거리의 첫 퍼트를 너무 길게 쳤다. 7번홀(파4 · 450야드)에서는 약 1m 거리의 내리막 퍼트가 홀을 스치면서 3퍼트 보기를 했다.
전반을 이븐으로 마친 우즈는 후반 들어 버디 4개와 보기 2개를 묶어 2타를 줄이며 4라운드를 기약했다. 그에게 3~4타 간격은 큰 차이가 아니다. 메이저대회에서는 한순간에 뒤집어질 수 있는 격차다.
◆양용은과 앤서니 김도 선전
아시아인 최초의 메이저 챔피언 양용은(39)과 재미교포 앤서니 김(25 · 나이키골프)은 공동 9위다. 초반 리더보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양용은은 3라운드에서 이븐파로 주춤했다. 마지막홀에서 10m 거리의 긴 버디 퍼트가 들어가 이븐을 맞출 수 있었다. 역전 우승이 쉽지 않지만'톱10'에만 들어도 일단은 성공이다.
양용은은 이번 대회 전까지 메이저대회에 여덟 차례 출전했다. 지난해 USPGA챔피언십 우승을 제외하면 2007년 마스터스에서 공동 30위를 한 것이 가장 좋은 성적이다. 다섯 차례는 커트 탈락했다. 최종일 이븐파 언저리를 쳐 '톱10'을 유지한다면 메이저 챔피언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