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추진해온 국내 2위 타이어업체 금호타이어가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지난 1일 극적 합의했던 임금 및 단체협상 잠정 합의안을 노조 조합원들이 부결시켰기 때문이다.

금호타이어 노조는 지난 7~8일 실시한 찬반투표 결과 반대표가 전체 투표자(3460명)의 56(임협)~57%(단협)에 달했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즉각 워크아웃 진행을 중단하는 한편 법정관리나 파산까지 검토하고 있다.

◆강경파 부결운동이 원인

금호타이어 안팎에선 당초 조합원 투표 결과를 낙관했다. 임금삭감 폭이 30% 이상에 달했지만 정리해고를 최소화한 데다 현실적으로 다른 대안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금호타이어정리해고철폐투쟁위원회,현장 공동대책위원회,민주노동자회 등 강성 현장조직의 부결운동이 막판 '표심'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현장 조직들은 대자보를 통해 "협상 결과가 굴욕적이고 치욕적이었다"며 부결표를 던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에선 "금호타이어가 4월 민주노총 및 금속노조 총투쟁의 선봉에 설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때문에 현재 집행부인 금속노조 금호타이어 지회조차 '대자보에 대한 입장'을 통해 "부결운동을 하려면 조합원 앞에서 당당하게 해야 한다"며 "만약 부결되면 어떤 대책이 있는지 입장을 밝히라"고 비판하는 일까지 생겨나기도 했다.

일각에선 정년퇴직을 앞둔 현장 근로자들이 대거 반대표를 던졌다는 분석도 있다. 합의안대로 시행될 경우 퇴직금이 한꺼번에 깎이게 되는 상황을 우려했다는 얘기다.

◆법정관리나 파산 가능성도

금호타이어는 노사 합의안이 부결되자 10일자로 생산직 191명에 대한 고용 해지를 통보했다. 별도로 1006명에 대해선 다음 달 10일을 기해 도급화(계약 해지 후 협력업체 재고용)를 단행한다고 밝혔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노조 내 강경파들이 워크아웃 상황엔 아랑곳하지 않고 임금삭감만을 반대해왔다"며 "잠정 합의안 이전대로 정리해고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자금줄을 쥐고 있는 채권단이 금호타이어에 대해 회의적인 분위기로 급변했다는 점이다.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9일 채권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진행할 예정이던 '금호타이어 워크아웃 설명회'를 취소하는 등 모든 일정을 중단했다.

산은 관계자는 "이달 20일까지 회사 측과 경영 정상화 이행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지 못할 경우 워크아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노사가 다시 협상해도 원안에서 후퇴할 경우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채권단은 1000억원 규모의 운영자금 지원 및 3000만달러 한도의 신용장 신규 개설을 보류했다. 이에 따라 작년 12월부터 5개월째 밀려온 임직원의 급여 지급이 또다시 연기됐다.

법정관리로 직행하거나 파산 절차를 밟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경우 워크아웃보다 큰 폭의 구조조정 및 임금삭감이 불가피하다. 쌍용차는 지난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전체 인력의 37%를 감원했고 임금도 크게 줄였다.

◆현대 · 기아차,"거래처 바꿀 수도"


금호타이어와 직 · 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는 원청 및 하청업체 피해가 우려된다. 최대 원청업체인 현대 · 기아차 관계자는 "금호타이어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노사 갈등이 길어지면 한국이나 넥센타이어로 거래처를 바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한국 · 넥센타이어의 공장가동률이 이미 100%에 육박하고 있어 공급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협력업체 사정은 더 어렵다. 이번 주말에 1차 협력사 두 곳의 부도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분위기다.

조재길/이심기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