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융시장에 '그리스 공포'가 다시 고조되고 있다. 그리스 민간은행들의 유동성 부족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그리스관련 채권과 주식 매물이 쏟아졌다. 그리스 국채값도 그리스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6개국)에 가입한 이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최악의 경우에 지원한다'는 정도의 합의서로는 그리스 위기를 진화할 수 없고,국가 부도사태를 피하기 위해선 최대한 빨리 직접지원이 실시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 "그리스 은행들의 유동성 우려가 커지면서 그리스 채권 등에서 매도사태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큰손 예금고객들이 올 1~2월 중에만 100억유로 이상의 예금을 해외로 빼돌려 현재 그리스 4대 은행들은 모두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이들 은행은 이미 정부에 총 170억유로의 자금지원을 요청한 상태다.

이에 따라 8일 10년짜리 그리스 국채 수익률은 7.38%로 유로존 가입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중 수익률은 7.51%까지 치솟았다. 안전자산인 독일국채와 수익률차도 7일 4.06%에서 하룻새 4.27%로 더 벌어지며 국채값은 연일 사상 최저 수준으로 급락했다. 국가의 부도위험을 가늠하는 지표인 신용부도스와프(CDS) 가산금리도 443.46bp로 하루 만에 30.39bp나 뛰어오르며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처럼 그리스발 위기가 재점화되면서 유로화도 약세 기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8일 유로당 미 달러가치는 1.3358달러 수준에서 멈췄고,유로와 달러 환율이 1.30달러 선까지 하락할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시장에선 특히 향후 5주 안에 100억~120억유로가 필요하지만 그리스 정부의 자금조달 능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WSJ는 "투기적 헤지펀드가 아니라 전통적인 은행과 기업들이 자신들의 투자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그리스 채권과 주식을 내다팔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장 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그리스는 디폴트 상황이 아니다"며 파문 차단에 나섰고,게오르게 파파콘스탄니누 그리스 재무장관도 "다른 나라에 기대지 않고 국제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고 큰소리쳤지만 시장 반응을 돌리진 못했다.

이처럼 문제가 악화되면서 유로존과 IMF가 그리스에 빠른 재정지원을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고,실제 조만간 지원이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피치는 "이제 유로존과 IMF가 개입해야 한다"고 주문했고,UBS는 "수일 내 IMF 등이 그리스 지원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의 귀재 조지 소로스는 "악순환을 피하기 위해선 그리스에 저금리로 자금이 제공돼야 한다"고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고,유럽연합(EU)집행위도 9일 "EU는 언제라도 그리스를 도울 준비가 돼있다"며 시장안정에 나서 결과가 주목된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