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으로만 자금이 몰리는 현상이 두 달 만에 끝났다. 은행들이 지난달부터 정기예금 등의 금리를 대폭 낮췄기 때문이다. 은행 입장에선 올 들어 2개월간 자금을 충분히 모은 데다 최근 들어서는 자금을 운용할 곳도 마땅치 않아 예금금리를 계속 낮추고 있다.

따라서 당분간 은행 예금에서 채권시장으로의 머니무브(money move)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예금 급감

한국은행이 8일 발표한 '3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서 나타난 가장 큰 특징은 '은행 수신의 대폭 감소'다. 은행권 전체의 총수신은 지난달 16조2000억원 줄었다. 지난 1~2월 늘어난 은행권 수신 32조6000억원의 절반이 지난달 빠져나갔다. 월간 기준으로 감소액은 사상 최대다.

구체적으로 보면 정기예금 인기가 뚝 떨어졌다. 정기예금은 1월과 2월 증가액이 23조1000억원과 14조8000억원이었으나 지난달엔 4조원에 불과했다. 전달과 비교하면 10조원 이상 둔화된 것이다.

은행들이 정기예금 금리를 지난 2월까지만 하더라도 연 4% 이상을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 연 3% 안팎으로 대폭 낮춘 결과다. 국민은행의 대표 상품인 '국민 수퍼정기예금'은 연초 연 4.7%를 최고금리로 제시했으나 최근 연 3.2%로 낮췄다. 은행 자금담당자들은 "부동산경기가 꺾이고 있어 주택대출이 여의치 않은 데다 중소기업 대출은 여전히 리스크가 있어 대출을 늘리기 쉽지 않다"며 "높은 금리를 주고 예금을 늘릴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여기에 양도성예금증서(CD)도 9조6000억원이나 감소했다. 올 들어 CD는 모두 16조원 줄었다. 금융당국이 예대율 규제(예금액 이상으로 대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제한조치)를 도입키로 하고 CD를 예금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어서 CD를 더 줄여야 할 처지다. 은행채도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CD와 마찬가지여서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

◆채권펀드 자금유입 지속될 듯

은행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반면 채권형펀드와 머니마켓펀드(MMF)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달 채권형펀드는 1조8000억원 늘었으며 MMF는 7조4000억원 증가했다. MMF가 기업어음(CP) 등 단기금융상품말고도 만기가 얼마 안 남은 채권도 많이 편입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채권투자 자금이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부동산 시장의 경기가 좋지 않고 각 연구기관들이 대부분 집값 하락을 점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시중자금은 부동산시장으로 몰려갈 가능성이 낮다. 또 은행들이 자금확보에 그다지 열을 올리지 않고 있으며 주식시장 역시 코스피지수 1700~1900선에서 주식형펀드 환매물량이 몰려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앞으로 채권시장의 인기는 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하반기께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등 출구전략 시행이 예상되고 있어 채권으로만 자금을 운용하는 것이 위험할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박준동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