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보험 개혁을 마무리한 미국의 버락 오바마 정부와 의회가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강도 높은 개혁입법안을 마련 중인 가운데 그동안 몸을 낮춰왔던 월가가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월가 금융사에 대한 미국인들의 시각이 워낙 곱지 않은 탓에 이들의 반발이 입법 과정에 적절히 반영될지는 불투명하다.

7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요즘 워싱턴 의사당을 찾아 은행에 대한 규제 강화가 신용 위축과 수수료 증가로 이어져 소비자들이 오히려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점을 피력하고 다닌다. 그는 최근 백악관에서 열린 오바마 대통령과 월가 금융사 대표들 간 오찬간담회에서도 "정부의 반은행적인 발언은 은행 산업과 은행업 종사자들에 대한 불신을 초래해 경제 전체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한 투자자 모임에서는 "금융 감독기관은 현재 법에 명시된 규제를 활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며 금융 개혁에 반대 입장을 명확히 드러냈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이 구제금융에 들어간 세금 보전을 위해 월가 대형 금융사에 추가로 과세하는 방안을 발표하자 "세금을 활용해 징벌하는 것은 나쁜 생각"이라며 "금융사들은 세금을 소비자들에게 전가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거액의 보너스 지급과 다양한 파생상품 거래로 금융시장 혼란을 부추겼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 골드만삭스도 침묵을 깨고 적극 해명 쪽으로 돌아섰다. 로이드 블랭크페인 CEO와 게리 콘 사장은 5월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부동산시장이 붕괴하기 전에 고객 이익에 반하는 거래(쇼트 매도)를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골드만삭스는 그동안 고객들이 부동산 관련 자산 투자 비중을 유지하고 있는데도 회사가 먼저 부동산 관련 자산을 매도해 고객에게 피해를 끼쳤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 회사는 또 임직원 연봉 및 AIG와의 거래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정부의 AIG 구제금융으로 일부 혜택을 본 것은 사실이지만 알려진 것처럼 130억달러의 AIG 자금이 골드만으로 유입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한편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이날 금융위기 진상조사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해 재임 당시 FRB의 저금리 통화정책이 주택시장의 거품을 만들지 않았다며 자신의 책임론을 완강히 부인했다. 주택 가격 거품은 통화당국의 낮은 기준금리 때문이 아니라 지나치게 낮은 장기 모기지 금리 탓이었다는 주장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감독 소홀 문제에 대해서도 "절반 이상의 서브프라임 대출이 FRB의 감독권 밖에 있는 독립 모기지 회사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FRB 잘못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